유일한 | 르노삼성 SM6, 하룻밤의 꿈 |

잠시 주춤해지긴 했지만 어디든지 떠나고 싶은 더운 여름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앞서는 걱정은 역시 ‘이동수단’이다. 어디를 가든지 낮에는 더울 것 같으니 걷는 것만은 사양하고 싶다. 열심히 걷거나 뛰고 땀을 흘리면서 보람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도구를 다루는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문명의 이기만큼은 잔뜩 누리고 싶다. 더군다나 낮에 잘못 돌아다녔다간 열사병 또는 일사병으로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가.

 

한참 고민 끝에 나오는 결론은 단 하나, 바퀴 달린 탈것이다. 그 중에서도 바퀴가 달리면서도 에어컨이 있어 땀을 흘릴 필요가 없는 자동차가 좋겠다. 목적지까지는 장시간의 여행이 될 터이니 기왕이면 음료와 간식을 넉넉히 쟁여두고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넓은 실내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무거운 가방과 부가적인 짐도 적재해야 하니 트렁크도 커야 한다. 다른 이들이 ‘네가 살찌는 이유가 있다’라고 해도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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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와 같이 갈 동료도 정해졌다. 이제 르노삼성 모델들 중에서 이번 여행을 같이 할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개성 강한 디자인과 잠재력 높은 서스펜션을 갖춘 소형차 클리오, 그 클리오에 실용성을 좀 더 더한 QM3, 르노삼성에서 제일 큰 SUV인 QM6 등 다양한 모델이 있었지만 기자가 선택한 것은 SM6. 그 중에서도 옵션이 적은 SE 모델이다. 네비게이션의 음성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런 선택을 했다.

 

아니다. 사실은 좀 더 근본적인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SM6가 출시되었을 당시 기자가 시승했던 모델은 1.6L 터보차저 가솔린 모델, 그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으로 모든 옵션을 적용한 모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든 소비자들이 이런 최상위 등급의 모든 옵션을 고르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경제적 사정이라든지 개인의 취향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발휘되겠지만, 만약 옵션이 없는 모델이라면 정말로 여행 중에 불편한지 알고 싶었다.

 

이제 모든 것은 정해졌고 떠나기만 하면 된다. 고속도로에서는 크게 걱정할 일은 없겠지만, 강원도에서 마주치게 될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길과 굽이치는 코너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줄 것인지가 기대된다. 평소에 운동 성능을 중시하게 되지만 이번엔 여행인 만큼 그 안에서 재미보다는 안락함을 먼저 찾아볼 것이다. 목적지인 강원도 끝자락으로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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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마주치는 SM6 이지만, 그 특유의 디자인은 아직도 신선함을 부여하고 있다. 패스트백에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는 낮으면서도 넓은 차체, 르노 특유의 디자인이 강조된 프론트 그릴과 ‘ㄷ’자 형태의 LED DRL을 품고 있는 헤드램프도 그대로다. 당시 전면을 바라보고 ‘다부진 인상’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지금 와서 자세히 바라보면 섬세함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큰 휠하우스 안에는 17인치 휠이 있어 옵션으로 제공되는 19인치 휠보다는 공간을 채워준다는 느낌이 부족하지만, 측면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휠과 차체가 제법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론트 펜더에서 출발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면서 곡선으로 역동성을 강조하는 캐릭터라인도 그대로다. 가로로 긴 노 형태의 테일램프는 SM6의 상징으로 밤에 그 빛을 발하며 존재감을 배가시킨다. 리어 범퍼 하단에 머플러 모양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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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를 장식하는 대시보드의 재질은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급스러움이 극단적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만약 떨어진다고 느낀다면 가죽 등 소소한 장식보다는 센터페시아를 장식하는 세로로 긴 형태의 S 링크 화면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리는 도트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오디오와 에어컨 조작 버튼이 차지하고 있는데, 시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배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든다.

 

계기반 역시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바늘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직관적이어서 더 마음에 든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자동차들이 전자장비로 둘러싸여 있어서 오히려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디지털 기기도 내려놓고 힐링투어를 떠나기엔 이만한 자동차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했으니 디지털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스마트폰 연결 지원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는 이기심이 살짝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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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부드러움보다는 단단함을 조금 더 강조하는 타입이다. 신체를 완전히 감싸지는 않지만 와인딩에서도 상체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적은 옵션이라고 해도 1열 운전석은 전동으로 조작이 가능해 최소한의 편의를 챙기고 있다. 머리까지의 적절한 거리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는 1열 헤드레스트와 편안함을 보장하는 2열 시트 역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이다. 571L의 트렁크 용량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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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엔진이라고 하면 과급기가 없는 방식의 2.0L 가솔린 엔진일 것이다. SM6에 탑재된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20.6kg-m을 발휘하며, 6단 DCT를 조합해 앞바퀴를 굴린다.

 

도심 내에서는 큰 정숙성을 발휘하는 엔진으로 일전에 QM6 가솔린을 통하여 그 능력을 제대로 겪었었는데, 그 능력이 SM6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조금 더 시끄럽긴 하지만 예민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런 느낌은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속 영역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엔진 회전을 3,000rpm 이상으로 높이지 않는 이상 정숙성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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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숙성이 깨지는 지점이 있는데, 급가속을 얻기 위해 가속 페달을 깊게 밟거나 경사가 급한 언덕을 만났을 때이다. 이 때는 과거에 경험했던 1.6L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보다 좀 더 높은 엔진음을 내는데, 아무래도 약한 토크로 인해 그런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차체를 끌고 나가기에는 무리가 없는 엔진이지만 좀 더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최신 모델에서 터보차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기특한 부분이 있는데, 운전자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을 정도의 답답함은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으면, 즉시 변속기가 반응해 시프트 다운을 수행하고 엔진 회전을 높여 바로 적정한 주행 영역을 맞춘다. 굳이 수동 모드로 변속할 필요가 없이 오른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엔진음이 높아져 정숙성이 많이 깨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자의 경우에는 평소에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 때문에 엔진음이 높아져도 저항을 크게 갖지 않고 오히려 그 부분을 즐기는 면도 있지만, 이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라면 엔진이 회전하면 내는 소리를 무조건 ‘소음’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자연흡기 엔진이라면 그 특유의 음색을 더 살리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오히려 그것을 소음으로 인식하지 못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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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AM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은 와인딩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그 동안 겪었던 프랑스의 자동차들이나 최근에 시승했던 클리오와 마찬가지로 코너링에서 차체가 눌리는 것에 대한 절묘한 반응을 보여 재미를 주고 있는데, 리어를 본래 탈리스만에 적용하던 토션빔 방식 대신 AM 링크로 바꾸면서 그 반응이 조금은 감소했다는 느낌이 있다. 대신 그만큼 승차감 면에서는 향상을 끌어내고 있다.

 

승차감을 고려했다고는 해도 좌우로 반복되는 코너에서 스티어링을 바쁘게 돌려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 된다. 특히 강원도에서 절경을 볼 수 있는 도로들은 대부분 코너가 연속되는 도로이고 때때로 헤어핀이 출몰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스티어링을 통해 전해져 오는 프론트 타이어의 감각은 ‘날카로운 감각’까지는 아니지만, 회전시키는 대로 1:1에 가깝게 반응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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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묘함은 강원도의 도로가 아니면 느끼기 정말 힘들 것이다. 단단하거나 아니면 무르거나, 칼날 같거나 아니면 둔하거나 그 어느 하나에도 치우쳐 있지 않고 그 중간의 영역을 정확히 클릭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개성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그것이 SM6만의 개성이다. 프랑스의 특성에 국내 운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성질을 믹스시켜 태어난, 그런 독특한 코너링과 승차 감각이다.

 

브레이크는 초반에 답력이 몰려 있다는 느낌이지만, 조금 더 깊게 밟으면 그 때는 또 정직하게 반응해 준다. 급경사를 오르고 또 내려가면서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했지만, 페이드는 쉽게 오지 않는다. 낮은 등급의 모델인 만큼 ADAS 시스템은 없지만, 급제동 경보 시스템은 적용되어 있고 크루즈 컨트롤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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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6는 도심뿐만 아니라 여행에서도 안정적인 면을 보여줬다. 가족을 태우고 도심을 벗어나고 싶을 때 험로에 들어갈 일이 없다면, 굳이 SUV를 별도로 빌릴 필요 없이 넉넉한 실내공간과 넓은 트렁크를 갖추고 있는 SM6를 이용해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점을 제대로 느낀 것이 이번 여행의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안정적인 그리고 코너링의 재미를 주는 SM6와의 여행은 하룻밤의 꿈으로 끝났지만, 그 느낌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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