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쉐보레 3세대 이쿼녹스 1.6CDTi 시승기 |

쉐보레 3세대 이쿼녹스를 시승했다. GM의 글로벌 D2XX 플랫폼을 베이스로 신세대 쉐보레의 얼굴을 채용한 컴팩트 크로스오버다. 쉐보레 북미 모델로서는 처음으로 터보차저가 채용되는 등 다운사이징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쉐보레 이쿼녹스 1.6 CDTi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이쿼녹스가 쉐보레 브랜드에 등장한 것은 2004년이었다. 그 시기는 당시 CEO였던 릭 왜고너가 GM의 부활을 위해 ‘진정한 디트로이트 맨’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70세에 가까운 ‘카 가이(Car Guy) 밥 러츠를 제품 개발 담당 총 책임자로 영입한 지 3년째가 되던 해였다.

 

밥 러츠는 GM, 아니 현대 미국 자동차산업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GM은 20세기 말 본업인 자동차산업보다는 금융업으로 인한 영업이익이 80%에 달할 정도로 방향성을 잃었었다. 그 때 GM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GM 에 합류한 밥 러츠는 숫자 놀음(Bean Counters)에 빠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을 추구했다.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한 프로젝트는 글로벌 제품 개발이었다. 그는 당시 대우 윈스톰과 쉐보레 이쿼녹스, 새턴 뷰, GMC터레인, 오펠 안타라 등 GM의 소형 SUV 패밀리를 구상했다. 핵심은 북미와 유럽 지역본부, 아태 본부에 속하는 GM 대우 등에서 각각 좋은 모델을 개발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각 지역에 맞게 조금씩 수정해 새 차를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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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는 그런 고뇌의 산물로 ‘글로벌 소싱 혁명’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미국에서 설계되고 캐나다에서 생산되며 중국산 엔진을 탑재하며 일본과 멕시코, 필리핀의 부품을 채용한 글로벌 소싱의 대표적인 존재였다. 이쿼녹스의 부품 중 55%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20%는 일본에서, 15%는 중국 및 기타 국가에서 조달했다. 타이어와 윈드실드, 배터리 등은 미국에서 공급받았다. 초기에는 70% 이상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지역의 부품을 사용했고 62.5% 이상이 NAFTA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공급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와 동유럽으로부터의 수입 부품의 비중이 증가했다. 이 지역으로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양은 1997년 60억불 수준에서 2003년에는 240억불로 늘었다.

 

미국시장에서는 토요타가 품질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어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나 부품의 원산지에 대해 게의치 않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보다는 안전성과 디자인을 더 중시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데뷔 첫 해 이쿼녹스는 미국시장에서 GM의 다섯 번째 베스트 셀러이자 쉐보레 라인업에서는 가장 두드러지는 모델로 부상했다. 특히 미국시장의 소비자들은 이쿼녹스에 대해 아주 좋은 평가를 내렸다.

 

이쿼녹스의 경쟁력은 미국시장에서의 판매대수가 말해주고 있다. 2009년 등장한 2세대 모델의 데뷔 첫 해 판매대수가 13만 8,248대였으나 2012년에 28만 3,491대로 늘었다. 모델 말기인 2015년에도 27만 7,589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17년 29만 458대가 팔렸으며 이는 픽업트럭인 실버라도의 58만 5,86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이다. 2018년 상반기 판매대수는 15만 6,365대로 여전히 볼륨 모델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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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입장에서 이쿼녹스의 성공적인 시장 진출은 GM 최초의 글로벌 프로젝트의 밑거름이 되었다. SUV의 붐이 일기 시작하고 있는 시기에 GM의 라인업에도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였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듯이 한 가지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가 고공 행진을 하면서 미국 메이커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것을 견디지 못해 GM은 2009년 파산 보호신청에 이르게 된다.

 

지금은 연방 정부의 자금으로 살아난 ‘Good GM’이 순항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역시 유가가 있다. 2014년 유가 폭락으로 트럭의 나라 미국에서 SUV와 픽업 트럭의 판매는 전성기 시대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홀덴과 유럽의 오펠/복스홀의 정리에서 보듯이 지금 GM의 경영진은 수익성 우선의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20세기 말의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GM은 세단 라인업을 축소하고 있다. 매력적인 디자인의 모델을 개발하기보다는 아예 단종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당장에 수익성 높은 라이트 트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식 비즈니스를 고려하면 틀리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밥 러츠 등 ‘카 가이’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Ex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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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쿼녹스는 GM의 말리부와 크루즈, 볼트(Volt) 등과 함께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D2XX를 채용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초대 모델에 비해 휠 베이스가 5.2인치, 전장이 4.7인치 짧아졌다는 점이다. 물론 중량도 줄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이 시대 컴팩트 크로스오버의 흐름이 반영되어 있다. 그 이야기는 크기와 볼륨감을 선호하는 미국시장 소비자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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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얼굴에서는 소위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이 중심을 잡고 있다. 보닛 선단과 맞춘 주간 주행등이 통합된 LED 헤드램프의 선의 처리는 와이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한 기법이다. 중앙에 위치한 ‘보우 타이’ 엠블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가운데 돌출되어 보이는 범퍼를 중심으로 좌우에 배치된 안개등을 위한 그래픽은 스포티함을 위한 라인이다. 여전히 앞 얼굴은 수요자들의 선택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측면의 실루엣은 오늘날 등장하는 크로스오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이 시대 2박스카들이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어 패널을 중심으로 앞쪽에서 시작되어 리어 펜더 쪽으로 흐르듯이 내려 가는 캐릭터 라인과 반대로 뒤쪽으로 약간 치솟아 오르는 듯한 어깨 선으로 볼륨감을 살리고 있다. C필러 부분에 크롬 도금 처리를 한 것과 D필러를 검정색으로 처리해 날렵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아래쪽에는 검정색 프로텍터를 삽입하고 있는데 휠 하우스 부분은 생략되어 있다. 도심형 크로스오버로서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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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쪽에서는 수평 형상의 LED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가 분위기를 주도한다. 범퍼 좌우에 별도의 오너먼트로 엑센트를 주고 있으며 아래쪽에는 머플러가 돌출되어 있지 않은 것이 눈길을 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 있는 설계다.

 

In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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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주제는 신세대 쉐보레 브랜드를 일관되게 관통하는 듀얼 콕핏.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말리부나 크루즈에서 보아 왔던 것과 같다. 에어 벤트를 세로로 세우고 그 가운데에 8인치 터치 스크린 방식의 디스플레이창을 위치시킨 것을 비롯해 아래쪽 버튼류도 그대로 옮겨놨다. 말리부 때 동급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를 적용했었는데 이제는 안드로이드 오토에도 대응한다.

 

말리부에 처음 선보였던 디스플레이창의 애플리케이션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다. 말리부에서도 그랬지만 이쿼녹스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이 뜨는 속도가 느리다. 이 부분에서는 그 사이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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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팅 & 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과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의 구성도 말리부와 같다. 가운데 디스플레이창을 통해 주행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실렉터 레버는 부츠 타입으로 수동변속기를 연상케 한다. 노브 머리 부분에 시프트 버튼이 있다. 갈수록 수동 모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들고 있기는 하지만 패들 시프트나 기어 레버를 이용한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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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5인승. 운전석과 동승석 모두 요추 받침이 있다. 앞좌석은 히팅 및 통풍 기능이 있다. 통풍 기능은 바람을 내 뿜는 것이 아니라 빨아 들이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의외로 시원하다. 시트의 지지성도 좋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 어깨 부분의 레버, 혹은 트렁크 오른쪽의 레버를 당겨 젖힐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846~1,798리터. 플로어 커버 아래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Powertrain & Imp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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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1.5리터와 2.0리터 가솔린 두 가지, 1.6리터 디젤 등이 있다.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1,598cc CDTi 디젤로 최고출력 136마력/3,500rpm, 최대토크 32.6kgm/2,000~2,250rpm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트렉스에 탑재된 것과 같다.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는 SCR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계기판에서 SCR를 위한 뇨소수 교체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변속기는 6단 하이드라매틱 AT, 구동방식은 AWD. 통상 주행에서는 앞바퀴를 구동하다가 필요에 따라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타입이다. 실렉터 레버 앞에 AWD 버튼이 별도로 있는 것이 이채롭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으로 아주 낮다. 계기판 엔진회전계에 레드존 표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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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3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5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10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 감각은 무난하다. 시내 주행에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오르막길에 대한 부담도 없이 가감속이 가능하다. 배기량과 1,645kg이라는 공차중량으로 인한 선입견으로 파워 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초 고속 역에서는 배기량의 한계를 보인다. 물론 이 차를 그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다.

 

고속도로에서의 가감속도 의외로 좋다. 디젤 엔진의 높은 토크로 엔진 회전을 올리지 않고도 원하는 영역에서 속도를 올리는데 부담이 없다. 패밀리카로서의 용도를 감안한다면 필요 충분한 성능이다. 소음 대책도 충분하다. 엔진 소음과 베기음보다 로드 노이즈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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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선대 말리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차체 강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이쿼녹스는 차체의 82% 이상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고 있다. 차체 강성이 높으면 승차감에 손상을 주지 않고 안정된 주행이 가능하며 그만큼 안락성과 쾌적성이 좋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4링크 타입. 댐핑 스트로크는 약간 길게 느껴진다. 감각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이다. 히프 포인트가 높은 착좌 위치에서 무게중심이 높은 차를 제어할 때 스트로크가 길면 심리적으로 불안하다. 하지만 이쿼녹스의 거동은 의외로 안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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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들링 특성은 약 오버. 다루기 쉬운 차라는 얘기이다. 와인딩을 거칠게 공략하는 차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늘날 등장하는 크로스오버들이 거의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ADAS 장비로는 시티 브레이킹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 다양한 장비를 모두 기본으로 적용하고 있다. ACC는 없고 크루즈 컨트롤만 있다. 캐딜락에서 먼저 체험했던 햅틱 시트는 반응도 빠르고 경고음이 없다. 후진시 주변의 장애물을 감지하면 시트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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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쿼녹스의 상품성은 이 등급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검증 받은 모델이다. 한국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마케팅 차원에서의 차별화다. 말리부 디젤과 쉐보레 임팔라, 볼트 등에서 그랬듯이 한국 GM은 물량 공급과 가격 책정에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라인업이 다양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차는 그 자체로 마케팅의 무기이다. 거기에다 오늘날 열풍이 불고 있는 크로스오버라는 점까지 내 세울 것들이 많다. 전략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훨씬 좋은 실적을 낼 수도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주요 제원 쉐보레 이쿼녹스 1.6 TDCi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50×1,845×1,690mm
휠베이스 : 2,725mm
트렁크 용량 : 846/1,798 리터
공차중량 : 1,645kg

 

엔진
형식 : 1,598cc CDTi 디젤
최고출력 (마력/rpm) : 136/3,500
최대토크 (kg·m/rpm) : 32.6/2,000~2,250
연료탱크 용량 : 56리터 (AWD : 59)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Hydra-Matic 6T45
최종감속비 : 2.89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4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디스크
타이어 : 235/50 R19(기본 225/65 R17)
구동방식 : FWD, AWD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복합연비 : 12.9km/L(도심 14.4/고속 11.9)(AWD 기준)
CO2 배출량 : 148g/km(AWD 기준)

 

시판 가격
LS : 2,987 만원
LT : 3,451 만원
LT 익스클루시브 : 3,599 만원
프리미어 : 3,892 만원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 4,040 만원
 
(작성 일자 2018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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