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540i xDrive


우리는 다운사이징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 6기통 3.0~3.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은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으로 대체됐다. 2.5리터 자연흡기 엔진의 역할은 1.6리터 터보 엔진이 대신한다. 이제 8기통 엔진은 슈퍼카들의 차지가 됐다.

BMW의 5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520d, 530i 모두 4기통 엔진을 사용한다. ‘BMW=6기통’이라는 공식도 시대 상황으로 제약받고 있다. 그렇다고 BMW가 6기통 엔진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540i는 여전히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540i를 만났다.

디젤이라고 놀림당하던 5시리즈가 아닌 진정한 BMW의 5시리즈다. 하지만 540i를 대면하자 기대감이 죽어버린다. 외적인 모습에서 차별화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한 가지를 정리하고 시작하려 한다. 우리 팀에 테스트하는 모델의 공식 명칭은 ‘540i xDrive M Sport Package Plus’라 불린다. 하지만 너무 길기에 하단부터는 540iX로 통일하고자 한다.

원인은 M 스포츠 패키지의 남발 때문이다. M 패키지란 것이 조금의 프리미엄이 되어야 하는데
520d, 530i, 540iX 모두에 쓰이다 보니 어떤 차를 만나건 다 똑같은 모습이다. 심지어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최고 성능 모델 M5조차 520d 대비 파격적인 차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1억 원이란 가격표를 가진 540i를 타고 다녀도 사람들은 ‘520d겠지’라며 시선을 주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이런 대중의 무관심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5시리즈와 차별화된 부분도 있다. 540iX는 19인치 크기의 전용 블랙 휠을 쓴다. 하지만 이뿐이다.

M 스포츠 범퍼와 육각형으로 멋을 낸 LED 헤드램프, 차체가 길고 안정감 있어 보이게 해주는 측면 디자인과 부드러운 곡선을 갖는 리어램프 등의 구성은 다른 5시리즈들과 같다.

측면 유리창을 감싼 크롬 장식도 무난하나 무광이나 블랙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540iX의 분위기를 달리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롬 장식이 540iX의 방향성이 고급 비즈니스 세단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7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디자인도 다른 5 시리즈들과 같다. 본격적인 M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인테리어의 변경은 없다.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터치식 공조장치, 10.25인치의 대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등의 구성도 같다. 기존 대비 70% 면적이 넓어진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좋은 구성이다.

제스처 컨트롤도 있다. 하지만 활용성은 크지 않다. 사운드 시스템의 볼륨을 조정한다고 가정해보자. 사운드 시스템의 볼륨 다이얼을 조작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버튼을 이용해도 된다. iDrive 다이얼도 볼륨 조절이 된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를 직접 터치해 조작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스처 컨트롤로도 볼륨 조절을 할 수 있다. 동일한 기능이 너무 많이 구현되는 느낌이다.

또, 제스처 컨트롤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알아들어야 하는 손짓을 운전자가 배워야 한다. 그렇다고 인식률이 100%인 것도 아니다. 물론 이 시스템도 발전할 것이고, 탑승자에게 편리함을 줄 것이다. 하지만 아직 편리한 기능까지는 아니다. 다만 옆자리 동승자에게 ‘내 차는 이런 것도 있어. 신기하지?’하며 자랑하는 용도로는 쓰임새가 있다. 물론 그 동승자가 BMW 오너가 아니길 바란다.

참고로 서라운드 카메라를 제스처 컨트롤로 조절할 수도 있는데, 주차하다 말고 이 기능을 작동시킬 사람은 없을 듯싶다.

물론 540iX 만을 위한 것들도 있다. 우선 540iX 전용 대시보드가 제공된다. 사운드 시스템은 바워스&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적당한 베이스, 고음도 제법 잘 살린다. 타사에서도 많이 쓰는 터라 감흥은 떨어져도 좋은 수준의 시스템임에 분명하다. 엠비언트 라이트로 실내 분위기도 바꿀 수 있는데, 스피커에도 조명이 들어온다.

시트 구성도 좋다. 나파 가죽으로 구성했고 열선과 통풍 기능도 있다. 럼버서포트나 사이드볼스터, 허벅지 받침 조절 등 시트를 체형에 맞춰 다양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도 좋다. 마사지 기능까지 요구하면 지나친 욕심이겠지?

비즈니스 세단 답게 뒷좌석 공간도 충분하다. 하지만 센터터널이 높아 시각적인 아쉬움을 키운다. 그래도 적당히 누워있는 등받이 각도와 헤드룸이 충분해 좋다. 측면 유리와 후면 유리를 위한 선셰이드도 있다. 5시리즈의 상급 모델이지만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에 오디오 컨트롤러는 없다. 운전자를 최우선으로 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주행 테스트에 앞서 5시리즈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을 시연해봤다. 우선 원격 주차 기능이다. 디스플레이 키를 통해 운전자가 원격으로 차를 이동시킬 수 있다.

원격 주차 기능을 사용하려면 시동을 끄고 내려야 한다. 이후 차량 근처에서 디스플레이 키를 활용해 원격 주차 기능을 실행시킨다. 그럼 스스로 시동을 걸며 움직일 준비를 한다. 디스플레이 키의 원격 주차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화면을 앞으로 밀면 차량이 슬금슬금 앞으로 움직인다. 반대로 화면을 밀면 차가 뒤로 이동한다.

이 과정이 조금 느리다. 성질 급한 소비자라면 조금의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차량이 움직인 이후 멈출 때 조금 더 부드럽게 정지하면 좋겠다. 급정지를 하듯 멈추기 때문이다.

이 기능은 정확히 원격 주차가 아니다. 차량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움직여 원하는 주차구역으로 넣어주지는 못한다. 그저 앞뒤로 움직이면서 좁은 구역에 차를 넣거나 빼는 기능으로 보면 된다. 원격으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기능을 BMW가 5시리즈를 통해 선보였지만 완전한 주차까지 해주는 기술은 벤츠가 E-클래스에 먼저 쓰고 있다.

시동을 걸면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음은 둘째 치고 진동이 정말 잘 억제됐다. 차량 내부 어디에서도 진동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차량 문을 열고 밖에서 엔진룸을 만져봐도 진동이 없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는 37.0 dBA. 메르세데스-벤츠 CLS 400, 캐딜락 CT6 3.6, 쉐보레 임팔라 3.6과 같은 고급 세단의 정숙성을 보여줬다. 80km/h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58.5 dBA을 보여 정숙성을 중시한 비즈니스 세단의 면모를 보여줬다.

혹자는 자연 흡기 시절의 직렬 6기통 엔진보다 못하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물론 자연 흡기 때의 환상적인 느낌에 비하자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겠지만 시대의 흐름도 중요하다. 과급 엔진이 시장의 중심을 이룬 상황에서 BMW가 보유한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은 최고의 부드러움으로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키울 것이다. 4기통 모델에서는 절대 느끼기 힘든 감각이다. 적어도 530i에 수천만 원을 보탠 이유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540iX의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을 낸다. 이는 과거 535i(F10) 보다 향상된 성능이다. 반면 토크는 45.9Kg로 동급 엔진 대비 평이한 수준이다. 다만 약 1400 rpm부터 후반 영역인 5200 rpm까지 토크를 연장해 간다는 장점이 수치의 아쉬움을 만회 시킨다.

가속력은 어떨까? BMW는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4.8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팀이 보유한 고정밀 계측장비를 통해 가속력을 확인한 결과 그와 동일한 수준의 수치(4.78초)가 나왔다. 간혹 수치 과장, 또는 0-100km/h 기록을 내는데 취적화 시킨 차의 성능만 발표하는 곳들도 있는데 540iX는 과장 없는 성능을 그대로 뽑아냈다. 이 수치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메르세데스-AMG GLA 45(4.74초), 쉐보레 카마로 SS(4.86초) 중간에 위치한다. 참고로 카마로 SS는 후륜에 높은 토크를 밀어 넣는 타입이라 초기 휠스핀의 증가로 기록이 떨어지긴 했다. BMW도 후륜 모델의 경우 살짝 다른 결과가 나오긴 한다.

하지만 300마력대 세단으로 상당한 가속력을 갖췄다는데 변화는 없다. 특히나 이런 가속에 도움을 주는 것은 변속기다. 가속 감각으로 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E400 쪽이 더 공격적인데 매단마다 빠른 변속을 보여준 540iX의 발진 가속이 더 빠르다. 여기에 경쟁차 보다 가벼운 차체도 540iX의 경쟁력을 높였다.

변속기는 최고의 능력을 보인다. 다양한 변속기들이 시장에 나와있지만 BMW의 8단 자동변속기는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특히 빠른 반응속도는 이 변속기의 내구성마저 걱정하게 만든다. Sport+ 모드에서의 반응 속도는 마치 스포츠용으로 튜닝 된 듀얼 클러치 변속기처럼 ‘탕탕’거리며 강한 쇼크를 만들어준다. 물론 컴포트나 에코 모드에서는 승차감을 위해 부드러움을 극대화하는데 조율을 잘하는 BMW의 능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여기에 부드러운 직렬 6기통 터보 엔진의 성능이 더해지면 한층 이상적인 주행의 즐거움이 살아난다.

반면 제동성능에서 조금 아쉬움이 나왔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소요된 거리는 37.7m 내외. 물론 테스트를 반복해도 38m 초중반에 머무는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530i 보다 조금 떨어진다. 아마도 조금 늘어난 차체 무게, 빠른 가속과 그에 따른 제동 시스템의 짧은 방열 시간이 기록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즐기는데 전혀 문제는 없다. 늘 그렇지만 M 패키지 브레이크 시스템은 신뢰도가 높다. 타사들은 강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설정한 뒤 컴포트한 성향의 브레이크 패드를 넣어 성능을 낮추기도 하는데, BMW는 이 부분에서만큼 타협 없는 성능을 뽑아낸다. 참고로 540iX가 기록한 수치는 제네시스 EQ900(37.50m)와 유사하다. 하지만 지속성에서 차이가 난다. 혹자는 EQ900이 앞선다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장 최단 기록일 뿐, 성능을 유지해 나가는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요즘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치 않고 하나의 요소만 기반에 둔 채 무작정 우기는 사람들을 만나기 쉽다. 종합적인 요소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야를 키워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540iX 의 성능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우선 일상에서 편하다. 최근 BMW들이 그렇듯 현대 그랜저보다 부드러운 모습이다. 이는 일상에서의 편안함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쇼크 없이 매단을 이어가는 변속기의 움직임, 부드러운 엔진의 성능은 말할 것이 없다. 넓은 타이어를 쓰지만 이로 인한 소음도 크지 않다. 출퇴근의 일상,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길 모두 문제없다.

코너를 만나도 두려움이 없다. 속도에 따른 최소한의 스티어링 조작만으로 유쾌하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다. 다른 4륜 구동 모델처럼 언더스티어 성향을 띠지만 운전법에 따라 조금 더 뉴트럴한 특성을 끌어낼 수도 있다.

540i에 장착된 xDrive는 이상적인 4륜 구동의 성능을 갖췄다. 앞뒤 구동력 배분은 물론 리어 휠의 구동력을 좌우로 보낼 수 있어 다양한 상황 대처 능력도 좋다. 운전이 서툰 소비자에게 실력 이상의 빠른 달리기를 누리게 만드는 선물과도 같다.

속도를 높이면 자세제어장치(DSC)가 개입하지만 급작스러운 움직임은 없다. 언제 개입했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너무나 태연하게 개입하기에 운전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다. 과거 E46 3시리즈 때부터 이 제어로직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는데, 지금은 거의 정점에 와있다는 생각이다.

서스펜션이 조금은 물렁하다고? 그저 모드 설정만으로 안정감을 추구할 수도 있다. 540iX에 쓰인 댐퍼는 스포트 모드 이상에서 적당한 단단함을 갖는다. 물론 이것이 극적인 변화까지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벤츠 E400은 컴포트와 스포트 모드 간 차이가 크다. 그보다는 소극적이지만 적어도 달리기에 도움을 줄 수준의 제어 능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다만 M 서스펜션이 옵션으로 제공되면 좋겠다. 스포트 모드라 해도 조금은 부드러운 성격이다. 누군가는 조금 더 성능에 치중한 540i를 갖고 싶을 것이다. BMW코리아가 M 서스펜션을 갖춘 후륜구동의 540i도 선보여주면 좋겠다. M5에 부담을 느끼지만 조금 더 화려한(?) 성능을 추구하려는 소비자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제조, 수입사는 단순 팔릴 상품으로만 라인업을 구성하지 않는다. 소수를 위해, 자사의 가치 향상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단 얘기다.

일반 도로에서 경험한 540iX는 이상적인 성능을 뽐냈다. 그렇다면 서킷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530iX는 다소 허둥거리는 서스펜션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540iX에는 댐핑 컨트롤 기술을 쓴 서스펜션이 기본이다. 물론 이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한 성향을 띠지는 않는다. 승차감을 바탕으로 적정 수준에서 롤을 억제하며 타이어를 노면에 붙이고자 노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상에서는 충분한 모습인데, 과연 서킷과도 잘 맞을까?

프로 드라이버 출신의 전인호 기자가 서킷에 들어섰다. 전인호 기자는 차량 시승에 앞서 시뮬레이션으로 성능을 예상하길 즐긴다. 특히 서킷 랩타임 예측 때 실주행과 0.5초 미만의 결과를 내놔 팀 내 스텝들을 놀라게 한 적이 많다.

전인호 기자 얘기를 들어보자.

전인호 기자 : 540i의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530i 때를 회상해 본다. 우리는 지난해 등장한 530i의 와인딩 로드 주행, 서킷 테스트를 감행한 결과 컴포트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을 확인했다. M 스포츠 패키지가 전 모델에 적용된다지만 성능을 위한 것은 사실상 M 브레이크 정도로 기억된다. M 스포츠 패키지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유일한 파츠였다.

530i는 좋은 차다. 놀라운 변속기 성능과 여유 있는 제동력, 세단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정숙성과 안락한 승차감도 갖췄다. 하지만 BMW를 소유하며 기대하는 플러스 알파의 요인을 찾는 소비자들에겐 일부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승차감 확보를 위해 감각적 요소 일부가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530i가 가지지 못한 것들. 하지만 540i는 그 부분들을 풍족하게 끌어안았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다이내믹 댐퍼 그리고 최고라 칭하고 싶은 직렬 6기통 터보 엔진 탑재로 운동 성능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530i와 타이어도 다르다.

과급 엔진이지만 출력의 피크 지점을 의식하지 않는 리니어한 성향이 순간적인 가속에 대한 부담도 줄인다. 강력한 가속 성능이지만 리니어한 엔진의 성향이 운전자에게 여유를 준다고 보면 된다.

특히 중속 기어를 사용한 낮은 rpm 영역부터 고회전 구간까지 출력을 끌어낼 때 엔진의 부드러움이 가장 잘 표현됐다. 7천 rpm에 치닫고 있지만 체감상의 느낌은 마치 3~4천 rpm 정도를 돌리는 느낌이었다.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은 서킷 및 와인딩 주행 환경에서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내지는 않았다. 차고지 주차장의 좁은 코너를 돌아 나갈 때는 고마울 정도로 긴 차체를 쉽사리 회전 시켰다. 하지만 저속 성향과 달리 고속 코너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으로 운전자를 달랬다. 후륜 조향 시스템이 채용된 일부 모델들은 가변적으로 후륜 휠의 움직임으로 난처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540i의 것은 운전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갖는다.

540i의 차체 거동은 언더스티어를 바탕으로 한다. 그 특성이 짙게 나타난다. 하지만 코너 진입을 위한 트레일 브레이킹 시간을 한 템포 정도 길게 끌면 전륜 타이어의 접지력이 빛을 발하며 운전자의 의도를 담은 스티어링 각도를 유지하며 회전을 시작한다.

재미있는 운동 성향으로 코너링을 즐기려는 운전자들에게 브레이크를 떼는 시간을 코너 진입까지 여유롭게 유지하길 추천한다. 이를 통해 뉴트럴한, 또는 후륜구동과 유사한 특성을 살리면 540i를 통한 드라이빙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540i는 하위 모델의 아쉬움을 하나씩 채워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만드는, 다소 과한 수직 운동 보였던 530i의 움직임을 540i에서는 찾기 힘들었다. 다이내믹 댐퍼는 적당한 정도의 수준으로 타이어가 도로를 움켜쥐게 했다. 이는 제동은 물론 범프 및 고저차에 의한 차체 움직임을 대폭 개선했다.

지난해 530i의 서킷 테스트 때는 자세 제어장치의 개입이 조금 더 빠른 주행을 막았다. 반면 540i의 자세제어장치(DSC)는 조용히 숨죽이며 코너링을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드물지만 상위 모델이 하위 모델보다 못한 경우도 목격한다. 하지만 BMW 540i는 모든 부분에서 530i보다 월등한 성능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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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에서 기록한 540iX의 랩타임은 1분 59초대(1:59.80)였다. 하지만 이는 540iX가 낼 수 있는 최고 기록이 아니다. 본격 랩타임 계측에 들어간 후 첫 번째 코너 직전 브레이킹 때 타이어가 망가졌다.

인제스피디움의 첫 번째 코너는 약간의 내리막 직선 구간 이후 나온다. 이곳은 차체 하중이 타이어에 집중되는 곳이다. 이때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 타이어의 중앙부가 뜯겨져 나갔던 것. 이런 현상은 컨티넨탈의 스포트컨텍5P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540iX에 쓰인 타이어는 굿이어의 ‘AGLE F1 ASYMMETRIC 3’는 제품이다. 경쟁차 벤츠의 E400도 이 제품을 쓴다.

무엇보다 첫 코너에서 망가진 타이어는 랩타임 계측에 큰 장애가 됐다. 특히 우측 코너가 많은 540iX의 성능을 뽑는데 큰 아쉬움을 줬다. 우측 코너가 많다는 것은 운전석 앞 타이어에 큰 부담이 지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테스트 영상에서도 나타나지만 우측 코너를 진행할 때 유독 늘어난 언더스티어로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서킷 진입 전 전인호 기자가 예상한 결과는 1분 58초 내외였다. 팀 내에서는 1분 57초대 진입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하지만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타이어란 변수가 아쉬움이 될지는 몰랐다.

물론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타이어에 대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시속 200km 내외에서 제동을 걸어 차체 하중을 앞바퀴에 집중시키며 코너링을 구사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성능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보다 성능 좋은 본격 스포츠 타이어를 구입하면 된다.

타이어 특성(?)에 의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서킷 주행을 진행한 결과 540iX가 무난히 1분 58초대를 돌파할 모델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세단이란 점을 생각했을 때 차고 넘치는 성능이다.

서킷서의 아쉬움은 잊고 다시금 실용 구간으로 돌아오자. 3리터 터보 엔진은 과연 어떤 연비를 보여줄까? 우리 팀은 이 차의 연비가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540iX는 예상보다 좋은 연비를 뽐냈다.

특히 시속 100km에서 보여준 16km/L라는 연비가 놀라웠다. 시속 80km로 주행할 때도 17.5km/L 내외의 연비를 보여 경쟁차 벤츠 E400보다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시내 주행의 기준이 되는 평균속도 15km 내외의 구간서는 오차 내외의 격차를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종합적인 환경에서 평균 9km/L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경쟁력이 된다.

540iX는 다양한 부분에서 만족감을 줬다. 하지만 가격은 다소 의외다. 특히 벤츠 E400의 9900만 원 보다 비싼 1억 140만 원을 요구한다. 물론 1억대 차량 소유자들에게 200만 원 내외의 차이가 큰 것은 아니지만 뭔가 높은 가격을 부른 뒤 대폭 할인을 염두에 둔다는 느낌이 짙다. 최근 BMW의 가격표를 보면 일단 비싸게 부르려는 경향을 띈다. 이후 1천만 원 혹은 이상의 할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어차피 깎아줄 것이라면 소비자 기분이라도 좋게 큰 폭으로 할인해 준다는 느낌을 키우려는 것일까? 하지만 이런 행태는 우리 자동차 문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초부터 좋은 가격을 제시하고 필요한 만큼의 최소한의 할인을 해나 가는 것. 지금 BMW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다.

분명 기분 좋은 시승이었다. 하지만 팀 내 스탭들의 의견은 한 쪽으로 몰렸다. 지금도 좋은 모습이지만 조금 더 견고한 맛을 보여주는 M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럼 벤츠 E400 4MATIC과 BMW 540i xDrive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나왔을까? 이번 테스트에 참여한 기자들은 모두 같은 답을 냈다. 답은 독자님들의 상상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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