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AMG GLA 45 4MATIC


세계에서 가장 빠른 SUV를 꼽는다면? 뉘르부르크링 기록을 기준으로 하면 2000년 BMW의 X5 LM 컨셉트카가 7분 50초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한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았다. 하지만 양산차가 아닌 컨셉트카였다. 650마력의 람보르기니 우르스, 608마력의 벤틀리 벤테이가, 560마력의 포르쉐 카이엔 터보, 550마력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같은 모델도 있다. 공통점은 모두 2억 이상씩 하는 가격을 갖춘, 대중의 시선으로 보기 어려운 차량들이라는 것이다.

공간 활용성과 편안한 운전, 그리고 가족을 위해 SUV를 선택한다. 하지만 달리고 싶은 욕망까지 채워줄 수 있는 고성능 SUV는 없을까?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금상첨화다.

이러한 질문에 메르세데스-AMG가 답을 내놨다. ‘GLA 45 4MATIC’으로 말이다. 이 모델은 메르세데스 SUV 라인업 중 가장 컴팩트한 크기를 가지며 2.0리터 엔진으로 381마력이란 성능까지 겸비했다. 동시에 터무니없는 가격도 아니다.
AMG의 당돌한 SUV인 GLA 45 4MATIC의 매력 포인트를 오토뷰 팀원들과 함께 찾아봤다.

디자인은 마치 모터쇼에 출품하는 튜닝 컨셉트카 같다. 우리 팀이 전달받은 AMG GLA 45 모델은 AMG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에디션 모델이었다. 검은색 외관을 중심으로 휠 테두리와 리어 윙 등에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자세히 바라보면 회색의 스트라이프가 곳곳에 적용돼 있다. 검은색과 노란색의 조합이 꽤나 멋지다. 존재감 하나 만큼은 대단하다.

메르세데스에서는 이 차를 SUV 그룹으로 묶지만 GLA는 해치백에 가까운 모습이다. 여기에 낮게 깔리면서 거대한 공기흡입구를 가진 범퍼, 각종 윙, 디퓨저 등으로 멋을 냈다. SUV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이 차로 어떤 오프로드를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물론 이 차가 온로드에서의 빠른 달리기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져 있다. 전면부 범퍼와 공기흡입구 디자인은 AMG의 최상급 모델인 AMG GT R을 비롯한 최신 AMG 모델과 방향을 같이 한다. 프런트 윙도 보다 공격적인 모습이다.

측면부는 지상고만 높였을 뿐 영락없는 A-클래스다. 차이점은 휠에 있다. 18인치 휠을 사용했던 A 45와 달리 GLA 45는 20인치 휠이 기본이다. 후면에는 거대한 루프 윙과 4개로 멋을 낸 머플러, 디퓨저 디자인으로 차별화 시켰다.

인테리어도 검은 테마와 노란색의 포인트로 에디션 모델의 특징을 키웠다. 두툼한 AMG 전용 스티어링 휠에는 에디션 배지도 부착했다. 무언가 더 특별한 것을 찾으려 했지만 여기 까지다.

나머지는 우리 팀이 앞서 만났던 A 45, CLA 45 모델과 동일하다.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면서 추가된 부분은 주행모드 변경 다이얼이다. 기어 레버 하단에 자리한 다이얼을 돌리면 컴포트(C), 스포트(S), 스포트 플러스(S+), 인디비주얼(I) 등으로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이와 별개로 가변 배기 시스템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 레저를 즐기는 SUV 성격상 큰 면적의 파노라마 선루프도 달린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시트는 버킷 시트의 형태를 갖는다. 별도의 5점식 벨트를 연결할 수 있는 통로도 갖췄다. 일체형 헤드레스트라는 점이 아쉽지만 사이드 볼스터를 비롯해 허벅지 지지대까지 넓은 범위로 조절된다. 고성능 모델 차를 탔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부분이다.

나머지 부분은 다소 심심해 보인다. 엔트리급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벤츠’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저렴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센터페시아 얘기다.

‘요즘 벤츠’와 ‘예전 벤츠’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출시되는 벤츠의 인테리어가 워낙 훌륭하기에 기존 디자인마저 허술해 보이게 한다. 특히 우리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공조장치 디자인에 많은 불만을 제기했다.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도 개선이 필요하다. 8인치 크기를 갖는 디스플레이는 이렇다 할 정보를 보여주지 않는다. 선명도 역시 부족하고 난반사도 심하다. 더군다나 내비게이션이 없다. 내비게이션이 없다??
물론 수입차 내비게이션의 형식적 성능이야 그렇다 해도 없는 것과 있는 것 사이의 차이는 크다. 또한 이 차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초라한 것이라도 하나 끼워 넣었어야 한다.

소형 SUV답게 뒷좌석 공간이 제한적이다. 무릎 공간은 평균적. 국산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으로 보면 된다. 반면 머리 공간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성인 남성이 앉기에 부족할 수 있다. 또, 센터터널이 높게 올라와 있다. 4륜 구동 시스템이 지나갈 통로라는 점을 생각해도 많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뒷좌석 공간의 만족도가 국산 소형 SUV보다 높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사각형 형태의 트렁크 공간은 뒷좌석 폴딩을 통해 확장 시킬 수 있다. 적재공간도 소형 SUV답다. 대신 전동식 트렁크로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했다.

AMG GLA 45와 함께 달릴 준비를 한다. AMG 45 모델은 김기태 PD가 특히 좋아하는 모델이다. 고성능 입문 모델을 추천해 달라는 독자님들께 추천도 많이 했다. 그렇기 때문일까? GLA 45의 성능에 대해서도 기대감들이 크다. 여전히 인상적인 성능을 발휘할지, 아니면 SUV라는 장르에 맞춰 타협했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시동을 걸면 우렁차면서도 건조한 배기음으로 존재감을 나타낸다. 고성능 모델이기에 아이들 사운드도 부각된다. 정숙하지 않지만 고성능 모델을 좋아하는 소비자라면 충분히 흥분될 만한 사운드다.

아이들 정숙성을 살펴보니 컴포트 모드에서 52.5 dBA을 나타냈다. 스포트 모드로 변경하면 53.0 dBA,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변경하면 53.5 dBA까지 상승한다. 아이들 상태의 엔진 회전수를 살펴보면 컴포트 모드에서 750rpm 대를 유지하며, 스포트 모드는 900rpm 대를, 스포트 플러스 모드에서는 1,000rpm대로 상승한다. 높아진 엔진 회전수와 가변 배기 시스템의 작동으로 주행모드 변경 시 아이들 정숙성이 바뀌는 것이다.

주행을 시작하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 특유의 반응을 보이며 차량이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툭툭 치는 형식으로 조작하면 울컥거릴 수 있고, 너무 미세하게 밟으면 클러치가 완전히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만 높아질 수 있다. 둘 다 변속기 내구성을 악화시키는 조작법이므로 조금은 과감하게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빨리 달리지 않더라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스웨이드 재질의 두터운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차량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단단한 서스펜션 역시 노면 정보 대부분을 전달해준다. 특유의 배기 사운드도 응축된 힘을 느끼게 한다. 4기통에서 오는 한계는 있다. 분명 감성적으로 아쉽지만 그래도 고성능을 느끼는데 문제가 없다.

의외로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지 않다. 편하게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편에 속한다. 또 한 가지는 승차감이다. A 45 나 CLA 45, 특히 CLA 45는 조금 과할 정도로 서스펜션이 단단했다. 승차감 저하는 물론이고 심한 경우 고속 안정성에도 영향을 줬다. CLA는 그 영역에서 아쉬움을 키웠던 바 있다. A 45는 그보다 정제됐지만 일반 해치백과 비교해 상당히 하드한 서스펜션 성향을 갖고 있다. 반면 GLA 45는 단단함을 기초로 그 안에서 탄력적이다. 적당히 긴 스트로크도 느껴지고 잔 진동 정도는 스스로 걸러낸다.

SUV 성격답게 좋아진 부분이 있다. 과속 방지턱을 넘기 수월해졌다. A 45나 CLA 45 모델은 지상고가 낮고 프런트 윙까지 장착돼 과속 방지턱을 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부주의하게 운전하면 긁거나 파손시킬 수 있다. 하지만 GLA 45는 이 스트레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일반 차량처럼 운전을 해도 바닥 긁힐 걱정이 없다.

가속페달을 밟자 요즘 출시되는 터보 차로는 상당한 수준의 터보랙이 발생한다. 2.0리터 엔진에서 부스트 압력을 1.8바까지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엔진 회전수가 순식간에 솟구치며 속도계 바늘을 거침없이 상승시킨다. SUV로는 대단한 가속력이다. 분명 터보랙이 심하긴 하지만 출력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A 45나 CLA 45와 비교하면 가속감이 둔화됐다. 이유를 꼽자면 먼저 무게 증가를 들 수 있다. 우리 팀이 직접 A 45의 무게를 측정했을 당시 무게는 1,567kg. GLA는 1,635kg으로 68kg이 증가했다. 성인 1명이 더 타고 있는 무게에 해당한다. 참고로 무게 증가 이유는 보다 큰 면적의 바디 패널, C-필러 주위를 비롯해 SUV 특성에 맞춘 차체 보강 등이다. 다음 원인은 휠이다. A 45나 CLA 45는 초창기 19인치 휠을 사용하다 페이스리프트 이후 18인치 휠로 내렸다. 순수 성능을 위한 타협이다. 하지만 GLA 45는 20인치. 발진 가속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다.

GLA 45의 가속성능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4.74초. 공식 제원상 가속시간인 4.4초에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제원상 4.2초인 A 45가 4.4초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납득이 간다. 제조사가 발표하는 최고의 성능은 최적의 상황에서 최고 컨디션을 가진 차들이 내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GLA 45에 18인치 휠을 끼우고 옵션을 줄여 무게를 낮춘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수치다.

제로백 4초대의 소형 SUV. 이러한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부품은 당연히 엔진이다. 45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AMG 엔진은 M133이라는 코드네임을 갖는다. 2리터 엔진에서 380마력이 넘는 출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튜닝이 이뤄졌다.

먼저 실린더 헤드는 알루미늄에 지르코늄(zirconium)을 첨가해 열전도 효율을 높였다. 실린더벽에는 나노슬라이드 코팅을 통해 마찰을 줄였다. 참고로 얼마 전 페라리가 488 피스타를 공개하면서 인코넬(Inconel) 매니폴드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지르코늄, 나노슬라이드, 인코넬… 점점 F1의 기술들이 실제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다.

터보차저는 부스트 압력을 1.8바까지 이끈다. 이 압력을 손실 없이 그대로 엔진으로 밀어 넣기 위해 공기흡입구에서 엔진까지 닿는 거리도 1.2m 미만으로 설정했다. 이외에 직분사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사이클 당 3~5회 연료를 나눠서 분사를 시켜준다. 보다 완전한 연소를 하기 위함이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만큼 중요한 것은 냉각 성능이다. 아무리 높은 성능을 발휘해도 열에 지쳐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차량을 바라보는 운전자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MG 45 모델이 사용하는 냉각 장치는 무려 SLS AMG에서 사용했던 시스템을 가져와 이식했다. 6.2리터 대응 냉각 장치를 2.0리터에 장착한 것이다. 오버 스펙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냉각 시스템 덕분에 AMG 45 모델은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110도 이하의 냉각 수온을 유지해 나간다.

‘어떠한 주행 상황에도’라고 할 정도로 AMG는 자신 있어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GLA 45가 서킷 주행까지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는지 전인호 기자에게 스티어링 휠을 맡겼다.

전인호 기자의 서킷 리포트

우리 팀이 테스트를 할 때, 특히 서킷에서 랩 타임 계측을 담당하는 나는 주행 전 항상 권장 공기압을 살핀다. 공기압에는 타이어의 특성과 차량의 주행 성격도 담기기 때문이다. GLA 45는 전륜 36psi, 후륜 32psi로 다소 특이한 공기압을 갖는다. 전, 후륜의 타이어 사이즈는 235/40R20으로 같다.

이러한 공기압 설정에는 이유가 있다. 서스펜션의 입장에서 볼 때 타이어가 먼저 스프링 역할을 해낸다. 타이어 자체가 탄성체이므로 스프링과 비슷하게 운동한다고 보면 된다. 공기압을 높이면 단단한 스프링이 되는 것이고, 공기압을 낮추면 반대로 부드러운 스프링이 되는 식이다. 물론 이는 접지력에도 영향을 준다.

GLA 45는 의도적으로 전륜보다 후륜에 적은 공기압을 부여했다. 엔진과 변속기로 인한 무거운 전륜의 조타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서가 첫 번째, 두 번째로는 후륜에 비교적 낮은 공기압을 설정해 상대적인 접지력을 높이고 후륜에 적극적인 구동 배분이 이루어질 때 안정적인 차량 성향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물론 승차감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GLA 45는 자세제어장치로부터 자유롭다.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는 상급 GLC와 다른 모습이다. 물론 GLA의 낮은 차고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덕분에 차량의 모든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4MATIC의 구동 배분 능력도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정도의 성향을 보여준다. GLA 45는 확실히 주행에 도움이 되는 4륜구동 시스템을 가졌다. 높은 출력을 손실 없이 전달함과 동시에 코너링 가속 중 발생할 수 있는 언더스티어 억제라는 역할도 해낸다.

상급 AMG 모델들에 탑재되는 에어 서스펜션을 갖는다. 하지만 AMG의 45 모델들은 스프링과 쇼크업소버 조합의 일반적인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AMG 서스펜션이지만 댐핑 압력 조절 기능 등이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낮은 차고가 보여주듯 짧은 길이의 서스펜션은 코너 진입 때 GLA 45의 안쪽 뒷바퀴를 띄우는 역동적인 장면을 그려내곤 한다. 그만큼 스티어링의 회전에 대한 차체의 반응도 빠르다.

AMG A 45와 비교했을 때 댐퍼가 더 부드럽다. 코너에서 차체가 기울어져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그 때문에 AMG A 45의 날카로운 성향보다는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 엿보인다. 가속 페달의 증감 변화에 대해서도 차체가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선회 각도를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변속은 D 모드에 둔 상태로 다운 쉬프트만 패들 쉬프터를 통해 진행했다. 변속기의 제어 로직이 뛰어나 운전자가 원하는 시점에서 변속을 진행할 만큼의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속기의 뛰어난 활약에 엔진 반응이 따라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반응성이 조금 떨어졌다. 이는 저배기량 엔진에 고출력을 매칭시키며 발생된 문제(?) 혹은 특징이다.

AMG 모델에 제공되는 수온, 유온, 변속기 온도계를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겨울철에 달리는 것이기에 다른 계절보다 온도에 의한 문제 발생 여지가 적었지만 서킷을 달리는 동안 약간의 문제 가능성도 포착되지 않았다.

제동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AMG의 시스템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에 열이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브레이크 페달의 스트로크 사용량이 달라진다. 조금 더 깊이 밟아줘야 한다는 것. 강력한 브레이크 성능. 하지만 타이어는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코너링을 진행하며 부하량이 많아지면 타이어 중앙 부분이 뜯겨 나가기도 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능 하락도 두드러졌다.

하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쓰기 좋은 타이어다. 최근 AMG 모델들은 출고 타이어 선택에 있어 완벽한 성능 추구보다 컴포트에 대한 배려까지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GLA 45와 함께 서킷을 달리려는 소비자는 익스트림 스포츠 타이어를 사용하라 조언하고 싶다.

GLA 45의 서킷 기록을 봤을 때 AMG A 45의 랩타임이 기대된다. 아마도 더 빠른 기록을 낼 것이다. GLA와 비교해도 낮은 무게중심의 이점을 내세울 수 있고 무게 자체에서도 유리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참고로 AMG A 45의 톤당 마력비는 238hp/ton, GLA 45는 232hp/ton로 6마력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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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스피디움에서 AMG GLA 45가 작성한 랩타임은 1분 55초 28였다.

SUV로 서킷에서 달릴 수 있을까?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심하지 않을까? 제한적인 운동성능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날려버린 기록이다. 말 그대로 GLA 45는 서킷에서 ‘날아다녔다’. 2.0리터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는 정말이지 인상적인 성능이다. 강력한 동력성능, 빠른 변속기, 1,000분의 1초 단위로 구동력 배분이 가능한 4륜 시스템, 잘 조율된 서스펜션, 지치지 않는 냉각 성능과 제동 시스템 등이 SUV를 이렇게나 빠르게 만들었다. 해치백인 AMG A 45였다면 1분 54초대 진입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GLA 45가 보여준 제동성능 역시 인상적이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6.43m. 테스트가 반복돼도 37m 대를 유지했다. 아무래도 A 45의 35m 대와 비교하면 조금 더 늘어났다. 하지만 초반에 너무 민감하지 않아 조작하기 편하다. 동시에 큰 제동력을 이끌어 낼 때도 큰 힘으로 밟을 필요까지 없어 일상에서도, 트랙에서도 조작성은 만족스럽다.

서킷에서 보여준 GLA 45 주행 특성은 와인딩 로드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됐다. 날이 살아있는 듯 날카로운 핸들링이 인상적이었던 A 45 혹은 CLA 45와 달리 GLA 45는 그보다 조금은 둔화된 핸들링을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운전이 편하다. 여기서 둔화됐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A 45나 CLA 45와 비교했을 경우다. GLA 45는 어떤 차량과 비교해도 매우 민첩하고 날카로운 주행 감각을 만들어낸다.

서스펜션 역시 그렇다. SUV 장르를 생각하면 상당히 단단하고 스트로크도 짧지만 A 45나 CLA 45보다는 부드럽고 스트로크가 길어 보다 탄력적이면서 안정적인 감각이 전달된다.

물론 잘 달리는 만큼 연비는 양보해야 한다. 시속 100~110km의 속도로 달리면 10.4km/L로 10km/L 대를 겨우 넘긴다.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14.2km/L 수준을 보인다. 이 정도면 3.5~4.0리터 급 엔진을 사용하는 스포츠카와 유사한 연비다. 평속 15km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답답한 도심 주행에서 연비는 5.9km/L를 보였다.

GLA 45가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남긴 연비는 8.6km/L였다. 성능만큼 기름을 먹는다는 것. 게다가 연료탱크는 56리터에 불과해 연료 게이지는 더 빨리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AMG 45 시리즈 소비자들은 주유소를 자주 드나들어야 할 듯싶다. 설마 일반유를 넣는 소비자는 없겠지

굳이 왜 이런 차까지 만들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실용성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SUV’와 불편함이라는 희생을 통해 얻는 ‘고성능’, 이 둘의 접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AMG는 만들어냈다. 소형 SUV에 고성능 튜닝을 통해 어떤 차량보다 재미있는 SUV를 내놨다.

사실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SUV 장르에서는 BMW가 원조격이다. X5에 르망 엔진을 이식해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며 ‘SUV도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전까지 SUV의 인식을 뒤바꿔 버렸다. 그리고 벤츠는 이러한 트렌드를 쫓아갔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BMW는 전동화 작업에 한창이다. 소형 SUV인 X1에는 고성능 모델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했을 정도다. 그리고 고성능 소형 SUV의 빈자리를 AMG가 GLA 45로 꿰찼다. 뿐만 아니다. 지금의 AMG 45 라인업은 300마력대 출력을 발휘하는 AMG 35와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돼 400마력 이상을 만들어내는 AMG 45로 개편된다. 모델 체인지를 앞둔 GLA 역시 이 조합을 적용받게 된다.

BMW처럼 전동화 작업하지 않느냐고? 친환경 전용 브랜드인 EQ를 통해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현재의 GLA 45는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이미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내놓은 다임러이기에 미래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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