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후기] 기아 스팅어 더 빨라질 수 있다!


기아 스팅어는 기아차의 본격 스포츠 세단이다. 과거 준중형 슈마를 내놓으며 스포티한 세단이란 점을 강조했지만 당시 시장을 휩쓸던 현대 아반떼와 성능 차이가 없었다. K5 2.0 터보도 좋은 성능을 갖췄지만 고출력 모델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내에서는 고성능으로 비춰지지만 통상 3.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

기아 스팅어에는 총 3가지 엔진이 탑재된다. 차량 성격상 추천 대상은 아니지만 경제성을 위한 2.2리터 디젤, 판매에 중심에 서는 2.0 터보, 고성능의 3.3 터보 엔진 등이 얹힌다. 또한 최신의 변속기와 짝을 이뤄 성능을 낸다.

이번 스팅어 2.0 터보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다소 실망했던 것은 가속력이다. 런치 컨트롤을 활용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8초 미만의 시간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리고 계측기 데이터를 참고해 보면 스팅어와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던 또 하나의 차가 부각된다. 렉서스의 IS200t. 출력과 토크에서는 스팅어가 소폭 앞서지만 사실 큰 차이는 아니다. 오히려 실제 구동 성능으로 보면 IS200t가 앞선다. 참고로 렉서스 IS200t도 일반유로 운영된 테스트카였다. 최대 토크 수치는 스팅어가 높지만 계측기 위해서 일시적인 오버부스트로 수치만 높였을 뿐 이 수치를 실제 가속에서 써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주행 중 가속 페달을 밟으면 기어를 내려 rpm을 띄우는 킥다운이 걸리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실제 성능을 가늠할 때는 3~5천 rpm 내외의 토크 밴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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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IS200t 다이나모 그래프)


위는 렉서스의 컴팩트 세단 IS200t의 다이나모 그래프다. 초반부터 중반 이후까지 꾸준히 토크가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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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팅어 다이나모 그래프)


위는 기아 스팅어의 다이나모 그래프로 초반에는 오버부스트로 토크가 상승하지만 실용 가속 영역으로 갈수록 토크가 꾸준히 떨어지는 모습이 엿보인다.

렉서스 IS200t는 0-100km/h 가속시간 8.05초를 기록했다. 스팅어는 8.04초다. 사실 같은 성능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 팀은 IS200t의 엔트리급 모델로 가속 테스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17인치 휠과 225mm 급 타이어를 가진 IS200t는 6.9초 만에 100km/h에 도달했다. 만약 고급유까지 더해졌다면 조금 더 빠른 기록을 냈을 수 있다.

스팅어 2.0 터보는 255mm 급 19인치 타이어로 뒷바퀴를 구동했다. 또한 출시 후 일반유로만 길이든 상태다. 만약 고급유로 길이 든 17인치 휠의 스팅어 2.0 터보였다면 1초 혹은 그 이상 빠른 성능을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초 연료를 모두 소진한 뒤 다시금 고급유로 길들일 방법도 모색해 봤지만 차량 제공 시간이 짧아 일반유로만의 운영을 결정했다. 어설프게 연료를 섞는 것보다 그 편이 유리하다는 내부 의견이 힘을 받았다.

기아차 미국법인은 스팅어 2.0 터보에 대해 고급유 사용을 권장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사용하면 좋지만….’으로 말을 흐린다. 고급유가 권장이란 것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경우 판매량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진 개발에 맞춰 쓰인 연료는 그 자동차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기본이 된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도 고급유에 대해 인색하기 보다, 성능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는 측면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서킷 테스트 때 스팅어의 성능은 어땠을까? 팀 내 전인호 기자는 스팅어의 기록을 뽑기 위해 2바퀴 가량서행하며 브레이크 등 차의 컨디션을 충분히 확보한 이후 랩타임 계측에 들어갔다. 다른 차량들은 평균 3바퀴 내외를 연속으로 달려 가장 빠른 기록을 뽑아내지만 스팅어의 브레이크는 지속된 주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브레이크는 자동차의 기본적인 안전 장비다. 제아무리 첨단 시스템이 운전자를 지원한다 해도 브레이크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면 승객의 안전을 지키기 어렵다.

특히나 스팅어에 장착된 제동 시스템은 브렘보에서 제공받은 것인데, 기아차가 자사의 스타일에 맞춰 패드 등을 조율한 것이다. 하지만 브렘보는 그저 명성뿐이었다. 아마도 기아차 연구원들과 경영진 간에 설전이 오갔을 수 있다. 보통의 연구원들은 차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힘을 쏟는다. 반면 경영진은 지금까지 자사가 유지한 보수적인 측면을 고집하려는 모습이 짙다.

과거 제네시스 쿠페의 브렘보 브레이크는 패드의 40%가량이 절단된 상태로 시장에 나왔다. 제 성능의 40%가량을 잃었던 것. 해당 파트에 몸담았던 한 연구원은 특유의 소음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고성능 브레이크는 특정 소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속에서 일부 ‘끽끽’ 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브레이크 성능 좋다는 벤츠, BMW, 아우디 등도 이런 현상을 갖는다. 물론 이를 문제 삼아 바로 서비스센터로 달려가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능을 위한 대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 우리네 시장도 성숙했다. 그랬기에 스팅어, G70 같은 모델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조사의 보수층은 특성에 의한 소음조차 이해하지 못하나 보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에디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특화된 상품을 소개한다. 특히 12월 한정 판매 쏘나타 에디션은 최고라 칭해도 부족함 없는 구성을 갖췄다. 스팅어도 스포츠팩 등의 트림명을 바탕으로 성능에 특화된 파트를 넣어 팔린다면 어떨까? 억지스러운 19인치 휠도 18인치로 바꾸면 더 좋을 듯하다. 스팅어나 G70보다 성능 좋은 BMW 330i, 캐딜락 ATS 등도 18인치 휠을 쓴다.

쉐보레도 말리부에 19인치 휠만 운영하고 있는데 18인치가 더 이상적이다. 상품 기획자는 단순 가격에 구성만 맞출 것이 아니라 그 구성이 성능과도 연계된다는 것부터 배워야 한다.

기아 스팅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들고 마지막에 나사 하나 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남는다.

스팅어 2.0 터보에 알맞은 17~18인치 휠과 타이어, 지속성 좋은 브레이크 시스템, 고급유로 잘 운영된 테스트카를 만나보고 싶다. 우리 기술로 만든 스팅어는 더 빨라질 여지를 가진 모델이다.

또한 제대로 스팅어를 경험하고 싶다면 3.3T 모델이 제격이다. 적어도 우리 제조사들이 내세우는 성능을 체감하는데 더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가성비 또한 3.3T가 더 월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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