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로드스터, 포르쉐 박스터 스파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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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박스터 스파이더를 보고 아마 어떤 이들은 이전 모델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 더 빠르고, 가볍고, 강력하고, 특별한 박스터였지만, 개폐하기 매우 어려운 수동 루프를 갖춘 차였다. 물론 시속 193km로 달리면 저절로 멋있게 벗겨지긴 했지만.

이번에도 콘셉트는 비슷하다. 더 강력해졌을 뿐이다. 아니, 매우 많이 강력해졌다. 예전에는 카이맨 S의 엔진을 이식해 기존 박스터 S보다 힘을 조금 더 강하게 만든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이맨 GT4의 경험을 되살려 포르쉐 911 카레라 S의 3.8L 엔진을 스파이더에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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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엔진은 카이맨 GT4의 380마력보다 조금 낮은 370마력을 발휘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대가 저물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스파이더가 GT4보다 25kg나 더 가볍다는 사실을 생각해야한다. 신형 스파이더의 루프는 일반 박스터보다 겨우 10kg 경량화됐지만, 예전과는 달리 상당히 정교해졌다. 물론 개폐하기 위해선 아직도 차체 뒤를 돌아 조깅을 하고, 손재주도 부려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1~2분이면 충분하다. 이전 모델은 5분~10분이 걸렸다. 그리고 신형 루프로는 자동세차도 할 수 있고, 최고치의 성능을 뽐낼 때도 끄떡없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 4.5초, 최고시속 290km인 스파이더니까 천만다행이다.

하부를 보면 서스펜션이 GT4보다는 GTS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살짝 더 무거워진 엔진, 약간 더 가벼워진 차체, 훨씬 더 높아진 출력, 그리고 더 넓은 265mm 뒷바퀴의 영향을 견디기 위해 후면 횡요방지대를 조율한 것이 박스터 GTS와의 유일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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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터 스파이더는 출력이 더욱 늘어난 덕분에 미션 비율을 동일하게 공유하는 GTS보다 더 수월하게 성능을 낼 수 있다. 42.9kg.m의 최대토크는 4,750rpm, 최고출력은 6,700rpm이 되어서야 뿜어지기 때문에 약간의 수고는 든다. 그래도 저회전 구역에서 높은 기어에 놓더라도 1,315kg짜리 스파이더를 제법 경쾌하게 몰 수 있다.

자연흡기 엔진의 진정한 능력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엔진의 높은 회전 속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마 평상시보다 한두 단계 낮은 기어로 더 자주 운행할지도 모른다. 코너링하다 꼬리를 느슨하게 놓아줄 땐 1단에 머물러 있었다. 어쨌든 박스터 스파이더는 스포츠카고, 가장 깔끔하고 정확한 변속기 중 하나가 탑재되어 있으니 충분히 즐길 만도 하다. 변속비를 자주 바꿔주는 게 가장 순수한 운전 재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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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의 다른 컨트롤도 매우 정확하다. 스티어링 랙은 평범한 박스터의 것보다 더 빠른 정도가 아니라, 911 터보에서 빌려온 것이다. 시승차에는 기본 강철 브레이크보다 더 가벼운 카본세라믹 브레이크까지 달렸다(물론 기온이 높은 날 트랙에서 달릴 때가 아니면 기본 브레이크도 충분하다). 스티어링도 적당히 가볍고 세밀하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피드백이 있거나 직감력을 떨어뜨리지도 않는다. 브레이크 페달과 클러치의 느낌, 그리고 스로틀 무게나 반응 속도는 최상급이다. 스파이더를 타보면, 수준 높은 드라이버들이 테스트 트랙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며 차가 완벽해질 때까지 조율했다고 느껴질 것이다. 너무나정확해서 운전석에 앉은 자가 어떤 반응을 원하면, 바로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속도로 달리더라도 스파이더는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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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에서는 생각보다 적은 양의 진동이 느껴진다. 앞바퀴는 235/35 ZR20, 뒷바퀴는 265/35 ZR20임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덜하다. 대다수의 컨버터블 모델들은 불균형한 노면을 지날 때 백미러가 살짝 춤을 추는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박스터 스파이더는 그렇지 않다.

고속에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캐이터햄 같이 직선적이고 예측 가능한 컨트롤 반응을 보여준다. 핸들링도 예상한대로다. 젖은 노면에서는 아주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있지만, 박스터 GTS와 달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도 있다. 45마력이나 더 강하지만 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기어로 질주하지 않는 이상, 스파이더가 불안하게 느껴질 경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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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터 스파이더를 타보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예리하고, 예측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믿음직스러운 코너링 머신이기 때문이다. 초경량 트랙카에 버금갈 정도의 적극적인 피드백과 몰입도까지 선사한다. 그럼 카이맨 GT4만큼 진지한 느낌을 줄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사실 도로에서는 카이맨 GT4만큼 보람차다.

맷 프라이어 (Matt Prior) c2@iautocar.co.kr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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