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웅 | 쉐보레 뉴 스파크 시승기 |

지난 6월 30일, 2016 북미 올해의 차 1차 후보들이 발표되었다. 북미 올해의 차는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50명의 언론인을 통해 선발되어 1월에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최종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내년 1월 선정될 북미 올해의 차 1차 후보에는 재규오 XF, 쉐보레 말리부, 캐딜락 CT6, 포드 머스탱, 아우디 TT, 크라이슬러 300 등 총 19대의 차량들이 선정되어 경합을 벌이게 된다. 이 1차 후보 목록들 가운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한 대의 작은 차가 있었다. 바로 쉐보레 스파크. 북미 올해의 차 후보에서 경차(국내기준이긴 하지만...)를 보는 것이 얼마만인가 싶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로운 스파크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좀 더 커진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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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차 시장은 단촐하다. 과거 마티즈라는 이름을 사용할 때부터 지금의 스파크와 함께 기아의 모닝이 경쟁해 왔으며 4년 전 기아 레이가 출시되면서 총 3종의 경차가 국내 판매되고 있다. 누군가의 첫차로, 또는 누군가에겐 세컨드카로 사랑받는 국내 경차들은 유럽이나 일본시장에 비해 큰 차체크기 규정으로 유럽에서는 B세그먼트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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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그먼트의 차량들의 특징은 경쾌하고 즐거운 감각을 내세우기 마련이다. 지난해 C-TECH 변속기를 장착해 출시했던 스파크도 경쾌한 주행성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하지만, 이번에 출시된 새로운 스파크의 모습에서는 달라지고 있는 묘한 기류가 느껴진다.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부분은 여전하지만 디자인에 있어서는 다른 방향을 취하고 있다.


이전 스파크의 날카로운 눈매나 경쾌함을 강조한 디자인보다는 작은 차임에도 탄탄하고 묵직한 인상으로 변모했다. 앞으로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가 시작될 GM의 글로벌 경차라는 위치를 본다면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는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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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도 큰 변화를 겪은 외관은 쉐보레의 새로운 글로벌 디자인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휠베이스는 10mm 늘어난 2385mm로 기존 스파크보다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전고는 1475mm로 기존 스파크 대비 45mm가 낮아졌다. 단순히 전고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시트포지션 또한 낮아졌다. 이전 스파크가 한껏 어께를 치켜올리고 달리는 형상이었다면 새로운 스파크는 안정감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혹자는 국내 라이벌 모델과 유사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내리지만 사실 이 크기의 자동차에서 표현할 수 있는 형상은 그리 다양하지 않다. 그래도 리어램프 만큼은 고개가 갸우뚱할만큼 유사해 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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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의 형태는 쿠페 라이크한 루프 라인이 주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서 봐도 중후함보다는 ‘즐거운’ 터치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경차다운 그래픽이다. 5도어이지만 리어 도어의 손잡이를 필러 부분에 교묘하게 숨겨 놓은 것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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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를 살펴보면 경차라는 말이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넓이와 질감의 향상이 우선시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좁구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전방이나 측면의 시야가 만족스럽다. 얇은 A필러와 넓은 도어 윈도우는 시원스런 시야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모타사이클의 계기판 디자인을 본따 만들었던 클러스터들은 오른쪽에 큼지막한 디지털 패널이 추가된 형태로 변경되었다. 속도계의 RPM게이지 바늘이 붉은 색으로 되어 있어 시인성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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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 스파크의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는 차세대 마이링크가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7인치 고해상도 터치 스크린을 통해 후방카메라 화면이나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내 최초로 애플의 커넥티드 시스템인 ‘카 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 마이링크는 안드로이드 오토도 사용가능하지만 국내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먼저 적용되었다. 안드로이트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월등히 많다는 점에서 왜 카플레이가 먼저 적용되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스파크의 주 고객이 될 20~30대의 소비자들에게는 오히려 애플의 ‘카 플레이’가 구매의욕을 당기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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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모터쇼 취재 현장에서 애플 카플레이의 시연을 확인하기도 했었지만 내 스마트폰을 바로 자동차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애플 ‘카 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즐거웠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애플의 맵을 사용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어딘지 불안하고 안전상의 이유로 많은 기능들이 제한되고 있지만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만질 때의 기분처럼 즐겁고 편리한 기능을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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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명령을 터치스크린과 함께 애플의 음성 명령 서비스인 ‘시리’를 통해 작동시킬 수 있었다. 특히, 문자메세지의 경우 안전을 위한 이유로 새로운 메시지나 아직 읽지 않은 메시지를 ‘시리’가 직접 읽어주거나, 사진과 함께 올릴 수는 없지만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음성으로 글을 올리는 기능도 가능했다. 튠인(TUNEIN)과 같은 일부 어플리케이션의 사용도 지원하고 있다. 기존의 마이링크도 안드로이드나 IOS의 스마트폰의 연결을 통해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했고, 시리를 통한 음성 명령 기능도 존재했지만, 카플레이가 적용되면서 더 다양한 기능을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시리의 음성인식율이 좋아진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이 기능들이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 카플레이가 포함된 마이 링크 & 세이프티 페키지의 가격은 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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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외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엔진도 변화했다. 글로벌 GM의 차세대 가솔린 엔진 라인업 중 하나인 신형 1.0리터 SGE 에코텍(Ecotec) 엔진이 적용되었다. 최대출력 75마력, 최대 토크 9.7kg.m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기존 4기통 1리터 엔진이 3기통 엔진으로 변경되었고 지난 해부터 국내 소개된 C-TECH 무단 변속기가 조합된다. 일단 제원상의 변화는 큰 차이가 없다. 최고출력은 동일하고 최대토크만 0.1kg.m 증가했다. 공차중량은 45kg이 감소했지만 일반 가솔린 c-tech 모델의 경우 연비는 오히려 감소했다. 물론 새롭게 추가된 에코 버전 모델의 복합연비는 15.7km/l로 국내 판매 중인 경차 가운데 가장 좋은 연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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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파크가 공개된 신차발표회 이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남양주까지 2시간여의 시승이 진행되었다. 기자의 경우 현재 경차를 몰고 있다. 경차를 운전하는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편리함이라는 부분도 상당하다. 특히나, 주차하기 어렵고 좁은 도로를 다니다보면 경차의 편리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물론 경차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주행성이라든가 정숙성, 편안함 등은 이미 내려놓고 있다.

 


하지만, 스파크는 의외의 주행성을 보여주고 있다. 승차감과 핸들링 만큼은 경차 이상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매일 경차를 운전하는 입장에서 그 차이가 더 확실하게 다가온다. 바로 이점이 신형 스파크를 사야할 최고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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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코스를 주행하면서 코너링을 시도해보면 운전의 즐거움까지는 어려울지라도, 좌우 롤이 잘 억제되어 있고 핸들링의 정확성과 안정성도 뛰어나다. 스티어링을 통한 도로의 정보는 많이 차단되고 있지만 정확성이나 무게감 만큼은 합격선을 넘어서고 있다. 코너링 중에 요철을 밟는 경우라도 미리 그린 라인을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승차감은 생각보다 단단한 편. 저속에서 거친 노면을 달리면 당연히 진동이 올라오지만 불편함은 거의 없다. 특히 고속주행시의 승차감은 발군의 기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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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숙성은 신형 스파크의 장점 가운데 하나이다. 신형 3기통 엔진은 특히 진동감소와 소음저감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실제 주행시에도 가속시에 CVT 특유의 고회전음이 운전석으로 밀려들지는 않는다. 6500rpm에서 가장 큰 힘이 나오는 만큼 조용한 엔진은 고맙다. 방음제 비중의 차이인지 차량의 후미에서 들려오는 노면음이 유난히 크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엔진룸 차음에 대한 셋팅이 잘되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정차시에는 크지 않은 진동이 스티어링휠을 통해 전해지기도 한다.


안전장비는 이전 스파크부터 이어져온 쉐보레의 강점이다. 차체의 71.7%에 이르는 범위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되었으며 동급 최초로 적용된 전방 충돌 경고(Forward Collision Alert), 차선 이탈 경고(Lane Departure Warning), 사각 지대 경고(Side Blind Spot Alert) 시스템 등도 적용되어 있다. 여기에 크루즈 컨트롤 기능과 스티어링휠의 강도 조절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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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스파크는 동급 대비 탁월한 주행성과 제품성이 장점이다. 이전에는 경차에 장착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옵션들이 추가되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경차의 가격은 분명 수년 전에 비해 오르고 있지만 이제 자동차 메이커들도 근거 없는 가격인상이 독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제품성을 높이면 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좀 더 세밀하게 유저들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기 위한 시장과의 대화로 얻은 결과다. 그만큼 소비자는 즐거워진다.

 


여담이지만, 수동변속기의 스파크를 운전해보고 싶어졌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싸우는 경차 오너로서 MT의 스파크라면 나름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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