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RC F를 타고 용인 서킷을 달려보니

▲ 앞서 뉴욕서 시승한 렉서스 RC F

RC F가 굉장한 자동차라는건 이미 알았다. 지난해 가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론칭 시승 행사에 참가해 크나큰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RC F는 아름다움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뉴욕의 가을 도로를 쩌렁쩌렁 울리며 질주하기도 했고, 인근 서킷에서 드리프트 턴을 일삼으면서 타이어를 하얗게 태워버리기도 했다. 

슈퍼카인 렉서스 LFA가 등장했을때 받았던 충격만큼이나 신형 RC에서 받은 느낌은 신선했다. 그동안 봤던 렉서스, 말하자면 편안함과 정숙성에 초점을 맞췄던 브랜드가 아니라 고급 스포츠카를 위한 새로운 브랜드가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렉서스 RC F의 독자적인 세계관

“고오오오오옹” 어? 이런 사운드였나. 다시 몰아본 RC F의 느낌이 새롭다. 5.0리터 대배기량 V8 엔진을 장착했지만 우르릉 하는 느낌의 미국 머슬카와 달리 정교하고 샤프한 느낌의 소리다. 저속에서는 꽤 조용하지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우르릉 거리는 소리가 추가되는 느낌. 말하자면 터프하면서도 신뢰가 느껴지는 엔진 소리다. 

 

변속할때마다 등을 치는 직진 가속성능이나 강력하면서도 정직하게 느껴지는 브레이크도 매력이지만 용인 서킷에서는 다른 매력도 느껴진다. 거의 모든 구간이 블라인드 코스인데다 오르막, 내리막, 터널까지 준비된 이 서킷에서는 가끔씩 뒤를 흐르게 세팅한 렉서스 엔지니어들의 새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의 렉서스라면 그저 정교하게, 가급적 바닥의 그립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세팅 돼 좀 모범생 같은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RC F는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나면 악동 같이 가속페달을 밟을때마다 뒷바퀴를 조금씩 흐트러뜨린다. 터보가 아닌 자연흡기여서 가능한, 말하자면 가속페달이 ‘드리프트 ON’ 스위치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것저것 까다롭게 따지는 치밀한 여성이 아니라 좀 헤픈 여자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오히려 더 섹시하다. 

 

그럼에도 압도적으로 단단한 차체와 서스펜션으로 인해 차를 미끄러뜨린 후 다시 본래 자세를 찾아오는 것은 자연스럽고, 위급 상황에선 전자장비가 개입하니 어지간한 운전자는 스핀하는 일이 거의 없다. 독일이 아니라 이태리 스포츠카를 모는 기분이다. 반면 실내는 고급스럽고 단단한 느낌이어서 럭셔리한 느낌이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의 좁은 코스와 레일을 타는 것 같은 주행감각이 더해져 에버랜드의 대표 롤러코스터 T익스프레스보다 훨씬 짜릿하다. 서킷을 6바퀴나 돌고도 자꾸만 더 타고 싶은 느낌이 든다. 

# 디자인이 마음에 드나요?

실내에도 렉서스 독자적인 세계관이 펼쳐진다. 디자인이나 색상 배치는 물론 몸에 닿는 촉감 모두에 부드러움과 세련됨이 갖춰졌다. 마음이 편안 해지는 차분한 느낌도 만들었다. 이 차의 오렌지색은 어째 낯익다. 외국선 너무 아름다운 색으로, 슈퍼카에나 쓰는 색인데 우리나라에선 택시로 타다니 서울 시민들 복받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전혀 비슷하지 않다. 색상 속 메탈릭 펄이 채워져 보는 각도와 빛의 각도에 따라 색상과 이미지가 크게 바뀐다. 공정 중 수작업을 통해 페인트를 연마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이런 완결감이 나타난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전면 그릴은 처음 볼때면 너무 과격한데, 계속보면 몰입되고 빠져 들어 버리는 경향마저 있어서 나중엔 다른 차들이 좀 심심하게 느껴지게 된다. 아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빠져드는 마치 레드썬 같은 경험이다. 이런식으로 사람들을 하나둘 빠져들게 하는게 렉서스의 전략일텐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그릴을 보지 못하는데 있다. 좀 팔려야 보기라도 하지 않겠나. 차는 훌륭하게 만들었지만 판매는 별개의 문제다. 어떻게든 시승을 많이 시키고 제대로 홍보를 하는게 렉서스의 숙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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