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바퀴를 굴리는 3色 세단

 

네바퀴굴림(AWD)이 겨울에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언제 어디서나 향상된 주행안정성과 견인력으로 당신의 안전하고 즐거운 운전을 돕기 때문이다. 여기 세 대의 네바퀴굴림 세단이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그리고 현대 제네시스. 이들은 모두 네바퀴를 굴리는 공통점이 있을 뿐 서로 다른 맛과 매력을 뽐낸다.

이미지 1

 

메르세데스 벤츠 E400 4매틱: 관성의 한계를 버텨내는 4매틱

이미지 2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때 뒷바퀴굴림으로 통했지만 네바퀴굴림(All Wheel Drive) 모델을 꾸준히 확장시켜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덕분에 지금은 A부터 G클래스까지 20여 개 레인지에서 80여 개에 가까운 네바퀴굴림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최적화된 AWD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되는데, 상시 네바퀴를 굴리는 4매틱(4MATIC)과 고성능 모델에 특화된 퍼포먼스 중심의 AMG 4매틱, 그리고 새로운 콤팩트 카에 맞춰 개발한 신형 4매틱이 그것이다.

이미지 3

 

상시 네바퀴굴림인 4매틱은 가로 엔진에 트랜스퍼 케이스를 변속기 일체형으로 만들어 크기가 작다. ESP, ASR과 연동해 작동하면서 앞뒤 45대 55의 비율로 토크를 전달, 구동력을 배분하고 센터디퍼렌셜 기어에 달린 더블 디스크 클러치가 앞뒤 차축 간 토크를 제어한다. 견인력과 안정성이 중요한 SUV와 차체가 큰 모델에 주로 실린다.

이미지 4

 

고성능 모델용 AMG 4매틱은 뒷바퀴굴림의 특성을 좀 더 많이 살렸다. 앞뒤 구동력 배분을 33대 67로 설정해 AMG 고유의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을 잃지 않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트랜스퍼 케이스를 AMG 스피드시프트 7단 변속기와 일체형으로 설계해 뒷바퀴굴림에 비해 무게가 70kg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다판 클러치 구조로 만들어 네바퀴 중 하나라도 접지력을 잃으면 즉각 구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

콤팩트 모델을 위해 만든 신형 4매틱은 B클래스에 처음 도입됐다. 가로배치 앞바퀴굴림 구조에 맞춘 부피가 작은 설계로 무게를 줄이고 앞뒤 차축 간 구동 토크를 가변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특징으로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통합된 4매틱은 앞뒤 구동력을 100대 0에서 50대 50까지 배분할 수 있다.

이미지 5

 

메르세데스 벤츠 하면 으레 클래식하고 단정한 멋이 매력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너무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대중의 요구에 멋지게 화답하며 날 선 에지와 뚝뚝 떨어지는 라인으로 이전보다 젊고 도도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A와 B클래스 같은 작은 차도 잘 만들어냈다. 여기 E클래스를 유심히 살펴보자. 클래식하면서도 다이내믹하게 완성된 E클래스는 밸런스가 탁월한 황금비율 차체에 에지를 잘 살려 도도하고 우아하면서도 중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이미지 6

 

시승 모델은 V6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333마력의 최고출력과 48.9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E400 4매틱. AMG를 빼면 가장 강력한 고성능 모델이자, 화끈한 출력을 네바퀴에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4매틱 시스템을 얹은 스페셜 모델이다.

이미지 7

 

운전석에 올라 가속 페달에 힘을 싣는다. 묵직하고 든든하게 반응하는 벤츠 특유의 초반 가속이 은근한 매력을 내뿜기 시작한다. 일정한 반응으로 풍성하게 터져 나오는 출력은 예측이 가능해 다루기 쉽고 보다 더 여유로운 운전을 이끈다. 속도에 상관없이 실내는 늘 안락하다. 고성능을 품었지만 벤츠다운 기품 있는 거동에 융숭한 대접을 받는 듯 몸과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가속 페달에 좀 더 힘을 실으면 담대한 토크와 마력이 엔진회전수를 부드럽고 매끈하게 올리며 속도계 바늘이 사정없이 치솟기 시작한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속도에서건 가속은 거침없다.

이미지 8

 

한결같이 진중하게 움직이고 듬직하게 반응하는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성능 E클래스라고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이 모델은 보다 더 안정적으로 달리기 위해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춘 4매틱이 아닌가. 뒷바퀴로 아스팔트를 짓이기며 자극적으로 달리는 뒷바퀴굴림 E클래스보다 거동과 반응이 더 안정적이다. 몸으로 느껴지는 가속감이 실제보다 덜해 자극적인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특성 덕분에 보다 더 과감하게 속도를 높이고 코너를 돌아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속도를 높일수록 단단하게 조여오는 스티어링 감각과 이상적으로 토크를 네바퀴에 분배하는 4매틱 덕분에 코너링은 언제나 안정적이다. 제법 빠른 속도에서 과격하게 스티어링을 틀어도 자세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다. 4매틱이 얼마나 버틸지 슬슬 오기가 발동한다. 결국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코너에 들어서는 우를 범했지만 녀석은 강직하고 굳건하게 코너를 감아 돌아 나갔다. 지면과 닿아 있는 네 개의 손바닥만 한 타이어가 최적의 토크 분배와 끈끈한 접지력으로 관성의 한계를 버텨냈다. 중형 세단으로는 과한 고성능 E400이 한결같은 안정성으로 유연하고 매끈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명민한 4매틱 덕분이다.

BMW 520d xDrive: 효율과 운전재미에 더해진 안정성

이미지 9

 

스노타이어의 필요성과 네바퀴굴림 모델의 장단점에 대한 이해가 적었던 시절, 국내에서 BMW를 비롯한 유럽 프리미엄 뒷바퀴굴림 세단들은 겨울만 되면 천대받는 아이처럼 초라해졌다.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나 스노타이어의 필요성도 고민하지 않은 채 뒷바퀴굴림 모델은 눈길과 빗길에 쥐약이라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BMW는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스노타이어의 필요성을 국내에 피력했고, 네바퀴굴림 모델을 국내 라인업에 꾸준히 늘렸다. 그리하여 지금은 거의 모든 라인업에서 네바퀴굴림인 x드라이브 모델을 선택할 수 있으며 판매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지 10

 

BMW가 승용 네바퀴굴림 모델을 처음 내놓은 건 1985년이다. 3시리즈에 x드라이브를 처음 넣은 후 꾸준히 기술을 업그레이드했고, 지금은 모든 모델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확장시켰다. BMW는 두 차축에 동력을 가변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주행 중 노면 상태와 기상 조건이 좋지 않을 때 마찰력을 최적화하고 보다 우수한 코너링 성능을 내기 위해서다. 토크 배분의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차축에 전달하는 힘을 0.1초 만에 앞과 뒷바퀴에 0~100%에서 100~0%까지 무한 가변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 네바퀴굴림이지만 여전히 BMW다운 움직임과 감각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다.

이미지 11

 

BMW는 x드라이브를 차체통합관리 시스템(ICM: Integrated Chassis Management)과 연결시켰다. 이 장치는 상황 초기 단계부터 필요한 제어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도로 위의 모든 상황을 인식하고 평가해, x드라이브 시스템이 직접 실행하거나 주행안정장치(DSC) 또는 퍼포먼스 컨트롤과 연계해 작동한다. 이 같은 작동원리를 기반으로 동력이 필요한 곳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토크를 분배하기 때문에 코너링에서도 민첩한 핸들링을 즐길 수 있다. 주로 앞바퀴굴림의 부족한 견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네바퀴굴림을 사용하는 일반 브랜드와 달리 BMW는 뒷바퀴굴림의 전형적인 핸들링을 유지하면서 더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 x드라이브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미지 12

 

BMW는 네바퀴굴림 모델일지라도 일반도로에서는 차의 성능과 동력을 최적화하는 데 유리한 뒷바퀴에 대부분의 구동력을 전달한다. 특히 보다 더 안정적으로 코너를 공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신 x드라이브의 경우 오버 스티어에서는 앞바퀴굴림에 가까운 구동력을, 언더 스티어에서는 뒷바퀴굴림에 가까운 구동력을 실현한다. 그리고 후진할 때에는 100% 뒷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해 보다 더 편안한 움직임을 돕는다. 전자식이라 기계식에 비해 가벼울 뿐 아니라 더 빠르고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냄으로써 뛰어난 연료효율성도 챙기는 똑똑함마저 지녔다.

이미지 13

 

BMW x드라이브를 대표해 나온 주자는 520d로, 아쉽지 않은 성능과 놀라운 효율성, 커진 차체 덕분에 넉넉해진 실내공간과 독일제 프리미엄 감성 등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BMW 코리아의 효자 모델이다. 시트의 탄탄한 지지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전반적인 주행 느낌은 예전보다 확실히 부드럽다. 이 때문에 마니아들의 볼멘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른 브랜드의 경쟁 모델에 비해서는 운전재미가 있다. 초반에는 부드럽고 여유롭게 반응하던 스티어링이 속도와 비례해 탄력을 키우고, 하체는 평범한 중형 세단 이상으로 제법 단단하게 노면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2.0L 디젤 터보 엔진의 출력은 200마력이 채 안 되지만 40kg·m가 넘는 토크 덕분에 성능에 목마름은 없다. 주행모드(에코, 노말, 스포트)에 따라 엔진회전수를 조율하고 페달 반응과 기어변속 시점 등을 적절히 세팅한 덕에 중형 세단임에도 안락함과 스포티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점이 520d의 매력 중 하나다.

이미지 14

 

네바퀴굴림은 보통 뒷바퀴굴림 모델보다 초반 가속이 굼뜨고 둔하다. 실제로 뒷바퀴를 굴리는 520d의 0→시속 100km 가속은 7.9초, 최고시속은 231km이지만 520d x드라이브의 그것은 각각 8.1초와 228km이다. 제원상으로는 근소한 차이를 보이지만 BMW는 네바퀴굴림에서도 뒷바퀴굴림을 모는 맛을 제법 잘 살려냈다. 어떤 네바퀴굴림보다 반응이 빠르고 즉각적인 전자식 시스템을 사용한 덕분이다. 레일을 타고 돌듯 굽이진 길을 안락하고 탄탄하게 돌아나가는 덩치 큰 5시리즈는 제아무리 부드러워졌다 해도 여전히 운전재미가 좋은 BMW의 주력 세단이다. BMW 특유의 운전재미에 x드라이브를 통해 주행안정성이라는 보너스를 더한 느낌이다.

HYUNDAI GENESIS G380 HTRACK: 안락함 위에 더한 안정적인 다이내믹

이미지 15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질주하며 극한의 주행 테스트를 펼치던 제네시스 광고를 기억하는가?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내놓으며 한 번 더 고삐를 바투 잡았다. 현대차의 패밀리룩인 커다란 핵사고날 그릴을 더 날카롭게 다듬고 선과 면을 절도 있게 재단해 수입차 부럽지 않은 덩치와 디자인으로 제네시스만의 카리스마를 완성해냈다. 그러면서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개발해 투입했다.

이미지 16

 

현대차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인 H트랙은 BMW x드라이브 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급하는 마그나 파워트레인과 현대위아가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은 위아마그나 파워트레인(Wia Magna Powertrain)이 만드는 전자식 온 디맨드 네바퀴굴림 시스템이다.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와 멀티 플레이트 클러치로 구성된 이 장치는 노말과 스포츠 두 모드의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서스펜션 댐핑 시스템과 연동해 작동한다. 전자식 트랜스퍼 케이스를 통해 앞뒤 바퀴에 토크를 가변적으로 나눠 쓰는 방식으로, 휠과 서스펜션 등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도로의 상태를 감지해 앞뒤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미지 17

 

제네시스에 장착된 뒷바퀴굴림 베이스의 H트랙은 변화무쌍하다. 코너에서는 가변식 토크 스플릿 클러치가 앞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앞뒤 30:70에서 40:60의 비율로 안정적인 회전과 가속을 유도해 코너링 성능을 끌어올리고 험로에서는 50:50으로 주행한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접지력에 따라 10:90에서 20:80 비율로 구동력을 배분, 뛰어난 가속력과 더욱 날카로운 핸들링을 이끌어낸다. 평지에서 노말 모드로 주행할 경우에는 최대 100%까지 뒷바퀴에 구동력을 집중할 수 있어 연료소모는 물론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다. H트랙은 기계식 네바퀴굴림 방식과 달리 도로 상태를 휠과 서스펜션 등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감지한 후 ECU 제어를 통해 전자식으로 네바퀴를 제어한다.

이미지 18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3.8L V6 람다엔진이 잠에서 깼지만 실내는 그저 고요하다.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간결하고 우아한 수평적 레이아웃의 안정감이 고급 응접실에 들어앉은 듯 아늑하다. 스로틀을 부드럽게 열며 슬슬 속도를 높였다. 과속방지턱을 타고 넘은 후 ‘텁’ 하고 자세를 고쳐 잡으면 그것으로 끝. 잔 진동이나 불쾌감은 실내까지 스며들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속 페달을 좀 세게 밟으면 제법 큰 배기량 특유의 사운드가 적당히 유입되며 질주 감성을 자극한다. 그저 단순히 조용하고 먹먹하기만 한 고급 세단으로 만족하지 않은 덕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차와 오너 사이의 교감을 가능케 하고 적당한 운전재미도 추구했다. 안락함이라는 주 메뉴 위에 맛깔스런 양념을 적절히 곁들인 셈이다.

이미지 19

 

솔직히 고백하자면, 며칠을 시승하면서 H트랙으로 무장한 네바퀴굴림 제네시스의 특별한 주행능력이나 장점을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한결같이 편안하고 듬직했다. 어쩌면 그게 H트랙 제네시스의 특징이자 장점일지 모른다. 중저속에서는 언제나 부드럽고 묵직하며 안정적인 하체감각으로 남부럽지 않은 승차감과 핸들링을 선사했다. 하지만 고속을 넘어 초고속 영역으로 다가가면 이따금 자세가 살짝살짝 흐트러지며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했다. 하지만 다이내믹 스포츠 세단보다 럭셔리 컴포트에 좀 더 집중한 제네시스의 컨셉트를 생각하면 과도한 트집일 수도 있다.

이미지 20

 

그만의 디자인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제네시스는 앞좌석 뒤에 모니터를 달고 뒤 시트에서 거의 모든 실내의 기능들을 제어할 수 있는 컨트롤러까지 갖춘 고급 세단이다. 때문에 뒷좌석에 소중한 분을 모시는 차로도 손색이 없다. 고급스런 마감재와 꼼꼼한 마무리가 주는 훌륭한 감성품질, 유연하면서 다부진 하체감각, 날카로움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적절히 조율해 마무리한 스티어링, 넓은 실내공간으로 탁월한 활용성까지 품은 준대형차인 것이다. 50:50에 가까운 무게배분, 앞머리에 엔진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며 고급스러운 다이내믹을 추구하는 제네시스. H트랙은 뒷바퀴굴림 특유의 다이내믹함에 제네시스만의 안정성과 안락함을 더하는 주요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 21

 

이병진
사진
최진호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