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계속되는 BMW 화재…단서 찾았다

■ 전체 차량화재 '원인불명'10%, BMW는 50%?

운전하고 있는데 차량 보닛에서 불길이 치솟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일 겁니다. 자동차에는 연료통이 장착돼있어 불이 날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차 주인이라고 해도 일단 불이 시작되면 선뜻 다가서기 힘들어 차량 전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화재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이중 기계적 결함과 전기적 원인이 80%를 차지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리고 개인 부주의가 10%, 원인불명이 10% 정도 됩니다. 그런데 최근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을 BMW 측에서 10대를 모두 입수해 화재 원인을 분석해봤는데, 그중 50%인 5대의 화재가 '원인불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 해 발생하는 차량 화재는 모두 5천 건 정도. BMW의 경우, 지난 3달간의 사례만 모아 본 수가 10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원인불명'의 비율이 이상할 만큼 높습니다.

모두 다 타버려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참 쉽죠?

■ 엔진룸 기름 범벅... 화재 원인 실마리 찾았다

이런 가운데 BMW 화재의 원인과 관련해 KBS 취재진이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말 접수된 한 건의 제보가 단서였습니다. 엔진룸 뒤쪽에서 무언가가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20초짜리 영상이었습니다. 확인 결과 그 연기는 다름 아닌 차량 연료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 연료가 파열된 연료 호스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BMW 측이 촬영과 사실관계 확인을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제보자에게 차량을 판매한 사원까지 찾아내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협박'하면서 제보자에 대한 KBS의 취재를 필사적으로 막았습니다. 취재진은 선을 넘은 BMW 측의 원천 봉쇄에서 확신이 들었습니다. 연료 호스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BMW에 대한 취재는 답보 상태였습니다. 그 뒤로도 BMW 화재는 계속 발생했지만 사고 특성상 차량이 모두 타버리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취재진에게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운행 중 기름 냄새가 나고 보닛에서 연기가 올라와 차량을 세웠고, 보닛을 열어보니 엔진룸에서 연료 누유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에 타지 않은 유일한 차량을 확보한 겁니다. 취재진은 제보자의 차량을 끌고 BMW 공식서비스 센터를 찾아 원인을 물어봤습니다. 보닛을 열고 시동을 걸었더니 엔진룸 어딘가에서 연료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동만 걸었는데 이 정도라면 가속했을 때의 상황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차량이 출고된 날짜는 지난 2015년 2월, 운행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차량이었습니다. 서비스 센터 측에서는 연료통에서 기름을 엔진으로 주입하는 '연료 호스'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한 증거인 연료 호스를 떼어내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과연 호스에는 작은 틈이 생겨있었습니다. 그 틈으로 기름이 뿜어져 나왔던 것입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차량은 연비를 높이고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고압의 연료를 엔진룸으로 보냅니다. 고압으로 뿌려져 미세해진 연료 입자는 폭발력을 높여 연비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배기가스를 대폭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고압으로 뿌려지다 보니 연료 호스의 고무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된 것입니다. 결국 제보자들이 목격한 '연기'는 '연료 호스'에서 고압으로 뿜어져 나온 연료였던 겁니다.

이런 상황이 차량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을지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 착화 요건만 맞춰지면 화재 가능성 있다.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경유의 자연 발화점은 260도, 휘발유는 3~4백도 정도입니다. 그런데 엔진룸 내부에는 배기터빈, DPF 등 과열됐을 때 6백 도를 넘어가는 부품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엔진룸에 기름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흩뿌려져 있을 경우 해당 부품이 과열되면 불이 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을 말합니다. 또 주행 중 기름이 샐 경우 차량 바닥과 도로 사이에 생기는 와류에 의해서 차량 바닥과 브레이크 디스크 등에도 연료가 묻게 됩니다. 차량 바닥의 촉매장치나 브레이크 디스크도 6백 도까지 과열되는 경우가 있어, 이 또한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처럼 연료 호스에서 지속적으로 기름이 새나온 경우에는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평소 차량 엔진룸에는 낙엽, 종이 등이 들어가 고온의 부품과 접촉해 불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차량전소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엔진룸 내부의 내연 설계로 연료의 지속적인 공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연료가 계속 누유될 경우에는 한번 화재가 시작되면 진화가 어렵습니다. 발화점이 어디건 흠뻑 젖어있는 기름을 타고 연료 호스까지 불이 번지고, 연료통까지 옮겨붙어 불길은 걷잡을 수 없게 커집니다.

이런 현상은 취재진의 실험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연료 호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료가 엔진룸과 주변 장치의 열로 발화하는지 실험해본 결과 곧바로 불이 붙는 게 확인됐습니다. 물론 자동차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입회한 가운데 진행된 실험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불은 주변 장치로 옮겨붙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BMW 측은 연료 호스 결함과 화재와는 연관 관계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은 파악한 바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불법으로 개조된 차량에서 불이 난 것 외에 다른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차량이 모두 불타 원인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연료 호스는 원인이 아니라는 걸까요? 아직도 그에 대해서는 답변은 없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독일 본사에 확인한 뒤 답변을 주겠다며 미루고 있습니다.
 



■ BMW, "호스 교환하면 끝나요"

제보자가 화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불안감에 해당 차량을 다시는 탈 수 없다며 환불이나 교환을 요구했지만, BMW는 거부했습니다. 보증기간이 1년 넘게 남았으니 무상 수리는 해주겠지만 환불이나 교환 대상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차후 화재 가능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자, BMW 서비스센터 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연료 호스가 구멍이 났으니 그 부품만 교환하고 기름으로 젖은 엔진룸 세척만 하면 할 일을 다 한 셈이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연료 호스 결함 문제는 이전에서 수차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연료 호스 결함이 차량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결함'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엔진과 미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중대결함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중대결함으로 판단될 경우 국토교통부에 자진 신고하고 정밀 검사를 거쳐 리콜 여부를 판단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과연 연료 호스 결함은 중대결함이 아닌 걸까? 해당 건을 국토부에 문의해봤습니다.
 



■ 국토부 "당장 리콜 조사 접수해달라"

국토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엔진, 미션과 관계가 없더라도 '운전자의 안전운행을 지속적이고 심각하게 방해할 수 있는 경우' 중대결함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해당 건의 설명을 듣고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 리콜 문의를 접수해달라고 전해왔습니다. 현재 해당 차량은 BMW 측이 보관하고 있으며 자동차안전연구원의 현장조사가 마무리된 상황입니다. 이후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나오면 국토부의 제작결함심의평가위원회에 회부돼 최종 리콜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 BMW "보도 나가지 않게 해달라"

취재가 이어지자 BMW 측에서는 제보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에 협조하지 말라는 취지였습니다. 제보자에게 원하는 대로 환불을 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취재에 계속 협조할 경우 이를 취소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보도가 나가면 자신이 직장을 잃게 생겼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부탁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제보자들을 압박해왔습니다. 보도가 나갈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타격은 물론, 차량 리콜 결정이 내려질 경우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BMW코리아 측은 회사 차원에서의 취재 방해 시도는 없었다고 밝혀왔습니다.
 



■ BMW 100주년. "자동차의 미래" 이전에 운전자의 안전을

지난 7일은 독일의 자동차 회사 BMW 그룹이 사업 등록을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하랄드 크루거 회장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원하는 바를 먼저 예상해 움직이는 미래형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런 첨단 기술도 좋지만, 연료 호스에서 기름이 새고 차에서 잇따라 불이 나는데 원인을 알 수도 없다면 누가 그 차를 타고 싶어 할까요?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독일 차에 대한 명성에 금이 간 가운데, BMW가 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국토부의 리콜 여부 결정은 어떻게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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